할머니+이모+조카 둘 조합의 일본 여행기 2
탑승이 시작되고 하나둘 사람들이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여권과 티켓을 지상직 직원분께 내민다. 이제 자기 일은 자기 스스로 한다는 마음이 강한 조카들도 할머니와 이모의 도움 없이 줄에서 기다리다 수속을 마친다. 14 A, B, C, D인 우리들은 두 명씩 앉나 보다 기대하고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3-3 좌석이라 엄마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카 둘과 내가 한쪽에 앉았다. 둘이 투닥거릴 수 있어서 중간에 내가 자릴 잡고 창 측엔 가온이가, 복도 측엔 규빈이가 앉았다. 짐을 올리고 십오 분 여를 기다리니 이륙 안내 방송을 한다. 규빈인 여러 번 비행기를 타봤음에도 뭐가 그리 신기한지 안전 관련 안내 방송과 힘께 해주는 시범을 뚫어져라 지켜본다. 엄마는 벌써 눈을 감았다. 가온이와 비행기 관련해서 이런저런 얘길 나누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30분쯤이 지난 후였는데 왼쪽의 가온이가 눈을 말똥말똥 뜬 채로 있길래 안 잤냐고 물으니 조금 전에 깼단다. 규빈이와 엄마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여덟 시가 갓 넘은 시간이고 새벽에 일어났으니 당연하기도 하다. 저가항공인 관계로 음료수는 따로 주지 않는다. 무료한 시간이 조금 지나니 창밖으로 오밀조밀하게 일본의 건물들이 모습을 하나둘 드러낸다. 가까워질수록 레고로 만든 듯 네모 반듯한 모습에 귀여움이 느껴진다.
일본에 도착했다. 서둘러 가방을 위에서 빼내려 하지만 엄마는 너무 깊숙이 들어간 가방이라며 도움을 청한다. 신발을 벗고 좌석에 올라 가방 세 개를 꺼낸다. 엄마 것과 두 아이들 것이다. 본인의 짐을 가져봄으로써 여행의 기본(?)인 짐 들기와 자립심을 기르게끔 하기 위한 일환으로 아이들 것을 작지만 가져오게 했다. 내 건 앞 좌석 밑에다 넣고 왔다. 순서대로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에어 부산 승무원분들의 기분 좋은 인사를 뒤로 하고 입국 세관 포인트로 향한다.
입국장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해외여행이 풀렸다지만 후쿠오카도 이렇게 많다니 언제 코로나가 있었는지 까마득한 기분이 잠깐 들었다. 차례가 다가오고 입국 심사대 앞에 서있자 아이들을 본 안내원이 우리를 앞으로 오게 한다. 아이들이 있으면 이런 건 조금 좋다. 그런데, 두둥!!!! 지금 일본으로 오려면 visit Japan 앱에서 여권 등록과 세관신고서 작성 등을 해야 하는데 애들 건 여권 등록만 한 탓에 수기로 다시 써야 해서 한번 거절당했다. 다행히 간단히 호텔 정보 등을 작성하니 무리 없이 입국 심사가 끝났다. 일본으로 오기 전 유후인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예약해 뒀는데 출발 시간이 11시 38분.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아홉 시가 조금 넘었다. 표를 바꿔보려 했지만 예약 당시 꽉 차 있던 앞차에 4 좌석이 한꺼번에 나올리는 만무하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했으므로 마음을 편히 갖고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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