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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널리 Jan 14. 2023

#1_스톡홀름

첫 스톡홀름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소위 한국이 부러워마지 않는 이곳.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내가 겪은 이곳도 문제가 있긴 했지만 꽤 이성적이고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국가가 흘러가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역시, 모든 국가는 그 안에 살아봐야 그 안의 문제들을 알 수 있는 걸까.

호스텔에 투숙하기 위해 스톡홀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패스트 트레인 티켓(왕복 579 sek, 편도는 299 sek)을 끊어 20분 정도 타고 왔다. 내리자마자 왼쪽으로 돌아서 6분을 쭉 걸어오니 예약한 숙소가 보인다. Generator, 예상보다 조금 규모가 있는 호스텔이다. 리셉션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으로 와서 간단히 체크인을 한다. 체크인을 하면서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 가능 여부를 묻고 액체 세제까지 구입하니 70 sek이란다, 수건은 그냥 공짜로 제공해 주겠단다(원 가격은 15 sek이고 한번 그렇게 하면 매일 교환해서 사용 가능). 금액을 떠나 리셉셔니스트의 친절에 웃음이 지어진다.

방으로 올라갔더니 스웨덴인으로 보이는 나이가 꽤 있는 것 같은(추정 나이 50대) 분이 컴퓨터를 하고 있다. 'Hi' 인사를 하고 바로 빨랫감을 챙겨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리셉션에서 구입한 토큰으로 빨래를 돌린다. 약 한 시간 소요된다는 스크린 메시지에 내려가서 맥주를 한잔하기로 결정했다. 바에서 생맥을 한잔 시키고 밖이 보이는 창가 쪽 자리를 잡고 앉았다. 생각지 못한 이메일에 마음이 울적해져서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아침엔 기분이 좋더니 갑자기 왜 기분이 다운됐냐며 묻는다. 그러게, 아침에도 우린 짧게나마 통화를 했구나. 아침에 내가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부다페스트의 숙소에서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택시 기사와의 수다가 꽤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헝가리인인 그는 아주 여러 가지를 얘기해 줬는데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건 북한에 대한 얘기와 현 대통령이 이전의 독재자들이 걸었던 길을 답습하고 있단 얘기, 부정부패로 인해 EU의 미움을 샀고 재정 지원이 축소될 거란 얘기, 독재자의 길을 답습하고 있는 현 대통령이 몇 년 후부터 16세 이상의 청소년들이 자율적으로 교육을 받거나 일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고 한다는 얘기... 그 이유인즉슨 국민들을 더 미개하게 만들어 현재의 정부가 계속 집권할 수 있게끔 하려는 계획의 일부라며... 헝가리도 공산주의였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다른 국가들보다 잘 안다는 얘기 등... 20분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공항에 도착해서 셀프 체크인을 하고 면세점으로 들어왔더니 면세점 화장품 코너에 있던 사람이 사은품(내추럴 각질 제거제)을 주면서 얼굴 붉은 기를 제거하는 상품을 프로모션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남자친구가 한국인이라 나를 금방 알아봤다고... 헝가리인인가 하고 물었더니 이스라엘인이라며... 스위스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었고 아주 작은 면적(왼쪽 볼)에 시험을 해봤는데 좋았지만 꽤나 가격이 비싸 짐을 더 불릴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구매는 하지 않았다, 진짜 거의 반쯤 넘어갈 뻔했는데. 고맙다고 얘길 하고 헤어지곤 한껏 기분이 좋아진 상태였다(나도 매몰차게(?)는 아니고 정중히 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구나 싶어서).​


비행기를 두 시간 반 정도 타고 오니 라이언 에어의 마지막 방송은 '고마워요, 아기들! 당신들은 아주 좋은 부모님을 가진 거야!'였다. 무슨 소린가 싶어 생각해 보니 두 시간 반 동안 아기 울음소리가 없었다. 한 명도 안 타진 않았을 텐데!!! 그리고 또 다른 방송, 오늘 항공기에 탑승한 동료 중에 곧 아기 아빠가 되는 동료가 있다며 축하해 달라고... 이런 사랑스러운 방송이라니!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그래, 뭣이 중헌디,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고 축하하고 그러면서 살아가는 거지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맥주를 한잔 마시고 빨랫감을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옮겨놓고 방으로 가서 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으려니 체코에서 온 사람과 스웨덴 사람이 간단히 인사를 나누길래 나도 통성명을 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 그러다 갑자기 한국 음식 먹으러 갈까란 얘기가 나왔고 건조기가 20-30분 더 걸린다고 얘기한 후에 같이 나가기로 했다. 다시 내려가서 건조기를 기다리고 있으면서 한국식당에 전화를 했더니... 한국인의 느낌이 아니라 중국인의 느낌이다. 그리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격이 좀 비싼 것 아닌가 하는... 그래서 다시 물었더니 약간 주저함이 있어 오늘은 스페인 음식을 먹는 건 어떠냐고 묻길래 그러자고 했다. Göteborg에 살고 있고 스톡홀름에는 일자리를 알아보러 왔다며 왔다 갔다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길래 나도 그렇다고 했다.

단골이었던 스페인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여러 가지 얘길 나눴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건... 스웨덴이든 노르딕 컨트리 어디든 간에 너무 감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얘길 했다. 반대로 나는 한국이란 사회는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경쟁적인 국가라고 하면서 개인의 감정에 신경 쓸 겨를 없이 바쁜 국가라고 소개했고. 공동체 중심의 사회이기에 개인의 감정이 크게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는다고, 많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한참 멀었다며... 그런 내 얘길 듣고 그녀는 스웨덴은 5-6년 전부터 국가와 국민 모두가 너무 감정적이라 또 다른 많은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며 그래서 저번달에 치러진 신임 총리가 보수당 출신이었다며, 사람들이 너무 감정적인 것에 반기를 들었다며. 이런 얘길 들으면서 개인이든 집단이든 이 알 수 없는 생물은 지루함을 도저히 견디질 못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은 침묵을 미덕으로 생각한다며 본인은 아버지가 핀란드인이라 대표적인 스웨덴인과는 또 다른데 그래서 그런지 직장에서 문제를 키우기도 했다며... 완전 대표적 thinking person! 나도 같은 타입인지라 ㅎㅎㅎㅎㅎ 일단 문제 상황이 있다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함께 토론을 하고 뭐가 됐든 결론을 내야 하므로...​


그리곤 샤워하고 시간 쪼개 동영상 편집하러 내려왔더니 오늘 가라오케 나이트네?!!! 스웨덴 돌아이(난 돌아이란 표현이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 사람이다)들을 눈으로 보고 지금까지 재미난 기분(재밌었다 우울했다 다시 재밌어진)을 느끼고 있다.


스톡홀름에서의 더 생생한 이야기는 아래의 유튜브로!

https://youtube.com/@humanveings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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