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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널리 Jan 15. 2023

#2_스톡홀름

스톡홀름에서의 세렌디피티

하루종일 나갔다 왔더니 감기 때문에 골골대는 몸이 견디질 못했다. 저녁 먹고 오자마자 씻고 바로 넉 다운, 두 시간을 내리 잤다. 그러고 나니 다행히 정신이 어느 정도 차려졌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즐거움+충격(좋은 의미의)과 오늘의 세렌디피티 같은 만남, 그리고 스웨덴 스톡홀름의 축축한 날씨까지... 건강한 나도 견딜 겨를이 없었나 보다.

어제 만나 저녁까지 같이 했던 사람이 '내일 그랜드 호텔이라고 완전 팬시한 호텔에서 이틀 전에 만난 사람과 10시에 커피 한잔을 하기로 했어. 나는 그 사람의 전화번호도 몰라, 그냥 그렇게 약속을 했고 그 호텔에 가볼 거야, 너도 같이 가볼래?'라고 물었고 나는 별다른 약속이 없어서 그러고마 했다. 설사 그 약속했다던 사람이 오지 않더라도 스톡홀름에서 가장 팬시한 호텔이라면 한 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고 가서 커피 한잔하고 오면 되니까.


우린 아홉 시 반쯤 우리가 묵고 있던 숙소에서 나왔다. 가는 도중 스웨덴의 이모저모를 묻고 답할 수 있었고 로컬 가이드가 있어 그냥 혼자 왔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그랜드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아기자기함보다는 로열스럽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로비로 이어지는 계단에도 금장이 되어있어 '아, 이게 럭셔리함이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물론 나는 직업적 특성으로 나름(?) 미대륙 빼고는 많은 곳을 다니고 꽤 좋은 호텔들을 많이 다녀봤기에 헉!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스웨덴 친구는 꽤나 흡족한 마음 상태인가 보다. 그리고 열 시가 조금 지나 약속한 분이 나타나지 않기에 혹시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나 싶어 나가 봤더니 저 멀리서 걸어오는 걸 보고 인사를 한다, 옆 사람이. 오호... 이런 영화 같은 일이!!!! 두 사람도 이틀 전 만난 사이이기에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내 소개도 하고 호텔로 들어왔다. 다행히 럭셔리한 호텔답게(1박(당일 예약 시)에 7,200 sek, 한화 940,000원가량, 예약일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지 않는 탓에 강이 보이는 창가 좌석을 안내받았다. 앉아서 장장 네 시간 동안 끊이지 않고 수다를 떨었다.

사실 얼마 전에 워크숍으로 다녀온 부다페스트에서는 아주 즐겁긴 했는데 젊은 친구들(20대 초반-30대 초반)의 행잉아웃과 나의 여행 방식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나...?’ 아주 약간의 걱정이 들었더랬다. 그런데 웬걸! 이들과 얘기 나누는 건 꽤나 긴 시간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됐다, 신기한 걸. 아무래도 나이와 연륜은 무시 못하는 듯.

그들이 아는 심리테스트도 하고... 내가 아는 MBTI도 알려주고. ‘흠, 나 생각보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인간이었구나’를 다시금 느끼고. 역시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이야기가 끊길 듯 끊길 듯 끊기지 않아서 풍성했던 시간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국가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들과 알고 있었음에도 그 나라와 연결 지어 생각지 못했던 것들, 난 노벨상이 스웨덴 것인지 몰랐고 그들은 삼성이 한국 것인지 몰랐던 것처럼. 서로의 국가 홍보 대사로 활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또 우리는... Lucia*(노벨상 수상자에게 하는 특별한 스웨덴 문화의 하나로 12월 13일 각 각의 시간에 맞춰하게 된단다)하는 날 동일 호텔의 아침식사 예약을 해놓고 다시 만나기로 했다. 과연 그때까지 이 인연이 잘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날 만날 수 있을지 한번 보자고!!!

남들과 다른 걸 하지 않으면 다른 결과를 볼 수 없다

-Marie in Sweden, 친구 1​


Lucia라는 우리의 이벤트가 있어 열심히 일해야 하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Beatrice in Sweden, 친구 2

누군가 시작하면 나머지는 따라오게 된다

-나

*루시아 - 빛의 전달자

한여름과 함께, 루시아 축제는 스웨덴의 가장 중요한 문화적 전통 중 하나를 대표하며, 오래된 농민 공동체에서의 삶에 대한 명확한 언급과 함께 어둠과 빛, 춥고 따뜻함을 나타낸다.


스톡홀름에서의 더 생생한 이야기는 아래의 유튜브로!

https://youtube.com/@humanveings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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