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쎄스글이다 Dec 29. 2022

날 기다린거니?

수업을 마치고 확인한 부재중 전화  .

발신자는 팡팡사장님.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평소 전화하시는 분도 아닐뿐더러

전화를 받지 못한 내게  전화한 건지 용건을 남겨주셨을 법한데 그것도 없다.

아니길 바라며실수로 거셨던 거길 바라며 전화를 드렸다.

"사장님전화 주셨길래요무슨  있어요?"

"단감이 갔어요."

한참 울고  듯한 목소리를 들으니 단감이가  곳이 어디인지 단번에   있었다.

하지만  되물었다질문인  아닌  이상한 물음이었다.

"무슨 소리세요단감이가 어딜 가요." 

"차에 치였어요피를 많이 흘렸어요."

시간이 멈췄고 그날 낮에  단감이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나 또렷해졌다.

그리고 가장 먼저  생각은 '내가 단감이를 안아준 적이 있던가.'

아니없다그러니 나는 엉엉 울지 않을  없었다.

 

 팡팡에 도착하니 가게 안은 초상집이었다.

주방 아주머니와 사장님 그리고 그분들의 지인인 듯한 여성  분이  계셨다.

알고 보니 단감이를 손수 묻어주신 분이었다.

그날  가게 안에 있던 우리 모두는 단감이를 사랑했다.

주방 아주머니의 말씀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렇게 빨리 가려고.. 그렇게 모든 사람들 사랑을 독차지했었나 봐요."

2020 12 9 아주 많이 춥던 단감이는 그렇게 급하게 우리곁을 떠났다.


 단감이는 고양이다.

내가 구조한  번째 고양이며유일하게 우리집에 데려오지 못한 고양이.

 

 우리가 만난  그 해 10 23 나의 출근길이었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캐주얼 데이였다.

나는  입지 않던 머메이드 스커트에 갈색 재킷을 입었었다.

그리고 매일 타던 택시가 아닌 버스를 선택했었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이  개가 있는데 가파른 길을 택하자마자 단감이를 만났다.

차들이 질서 없이 다니는   한복판에 작은 고양이  마리가 생을 포기한  주저앉아있었다.

 

 ' 녀석 저거 저러다 차에 치이면 어쩌려고.' 하는 생각에 고양이에게 다가가 발로 살살살살 어르고 달래 찻길 가장자리로 데려다 놓으려고 했다그런데  고양이는  이미 글렀다는  움직이지도그렇다고 특별히  발길을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때 드는 생각은 '망했다  구조하는 건가.'였다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남편의 얼굴우리집 털복숭이들 얼굴이 스치자 결정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그냥 지나가자 말고 다른 사람이 구조할 거야우리집은 더는  괜히  벌이지 말자가던  가자.

 

  고양이가 보일     곳까지 내려와서도 10분이 넘도록  고양이가 움직이는지 차가 내려오진 않는지 계속 확인했다그러다   대가 내려오려고 좌회전을 하는 순간 여태  고민이 무색해졌다.

달려가며 차를 향해 소리를 질렀고결국 고양이를  손으로 집어 들었다

 

  고양이는 살아있다기엔 너무 가벼웠다그리고 이제 나는 일을 저질렀으니 고민을 시작해야 했다

 출근을 해야 했고병원에 데려갈 시간은 없었다

우선 내가 퇴근하고 돌아올 때까지 안전하게  고양이를 보호할 곳이 필요했는데 내가 선택한 가파른   끝에는 천사  분이 계시다는  알고 있었다.

'팡팡'이라는 치킨호프집을 운영하시는 여성 사장님과 팡팡과 가까운 곳에서 편의점을 하시는 여성 사장님.

  분은 동네에서 소문난 고양이 러버들이시다

동네 모든 고양이들은   분께서 먹여 살리고 계신다고 보면 됐다.

편의점에는 고양이 쉼터가 없고팡팡에는 있다그래서  그날  작은 고양이를 팡팡 앞에 놓인 커다란 켄넬   쪽에 밀어 넣어두고 출근했다

제발 기운 차려서  퇴근하고 오면 여기에 없어라털고 일어나 움직여서 다시  지내는 곳으로 가라는 마음을 한가득 안고서.

팡팡사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릴까 하다가 말았다어쩌면  고양이는 사장님이 출근하시면 없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그러길 바랐다.

 

 퇴근할 때까지  고양이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혼났다.

 있을까죽은  아니겠지다른 고양이들이 혹시 괴롭히는  아닐까밥은 먹었을까물을  마셔야  텐데 하는 생각들이었다.

 고양이 걱정이 이내 '이제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까지 미칠 때면 '내가  곳에  있으면 좋겠다' 마음과 '그냥 사라지고 없어라' 마음이 함께 자라났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원어민들이 하나  "have a good weekend!" 외치며 교무실 문을 나서기 시작했다나도 처음으로 칼퇴란 것을 실천해보았다.

가는  내내 바랐다.

'제발 가고 없어라.'

아니면 이렇게 발랄하게 마중나와있기를 바랐다.










ㅣ사진 unsplash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