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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궐리버 Apr 23. 2023

누군가로 물들고 싶을 때,

Fade Into You

소속감이라는 것은 때때로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 삶의 의지를 다잡게 하기도 한다. 그 소속감은 어떤 환경에 기인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로부터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속한 곳에서 나의 존재가 빛을 발한다면 그곳에 더 애착을 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내 존재가 값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삶의 이유가 완성되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소속감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기도 하고, 소속감으로부터 나의 의미를 다시 상기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소속감을 언제부턴가 잃기 시작했다. 나는 빛바래가고, 점점 내 존재의 의미가 퇴색되기도 하고, 그렇게 나는 모든 외로움을 흡수하며 나조차도 잃어갔다. 바쁜 현생을 사는 이들에게 각자의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나 또한 누군가를 위한 삶에서 점점 나를 위한 삶으로, 이제는 나를 위한 삶도 아닌, 그 무엇을 위한 삶인지도 모를 나를 마주했다.


지금은 그렇게 번화가를 좋아하진 않지만, 때때로 빛나는 무언가를 찾아 그것들을 흡수하기 위해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밤거리를 활보하곤 했다. 북적거리는 그 많은 인파 속에서 사실 나는 갈 곳을 내가 알지도, 정하지도 않은 채 그냥 부유하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듯 흘러갔다. 혼자 걷는 그 거리에서 나는 꽤나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약속 장소를 찾아가는 사람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젊음을 만끽하는 청춘들, 바쁘게 현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나는 그 모두에게 개방된 번화가에서도 소속감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그 밤거리를 다니며 낮부터 쌓아둔, 어쩌면 여러 날을 지나오며 쌓아온 내 불확실한 미래의 짐과 근심들을 이 수많은 사람들의 파도에 치여 부서지길 바랐다. 나를 알지 못하는, 나를 신경 쓰지 않는 이 인파들 속에서 내 모습은 가식 하나 없는 말 그대로 삶에 찌든 사람의 모습으로 아주 솔직하게 표출되고 있었다. 과연 나는 지금에서 어떤 소속감을 가질 수 있었을까, 무엇을 기대하고 이 밤거리를 한없이 거닐었을까.


떠오르는 한때가 있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었다. 나의 청춘을 함께하며, 나의 색깔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함께 있었다면 이 길 위에서 나는 전혀 튀지 않고 그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이 밤을 이루고 있었을 테지. 그 그리움의 색깔은 꽤나 짙고 선명했다. 이 네온사인보다도 빛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날들을 떠올리면 괜히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참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흐릿하고 희미해진 지금의 나는 오히려 이 알록달록한 세상에서 너무 튀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로부터 물들여져야 하고, 누군가에게 물들어야 온전한 나의 모습이 빛이 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구나 빛날 때가 있다. 그것이 홀로 있을 때 더 밝게 빛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밤거리에서 느꼈다. 네온사인은 홀로 밝게 빛을 내며 사람을 홀리지만, 그날 유난히 더 밝게 느껴진 밤하늘의 달은 빛을 흡수하며 더욱 자신을 밝게 빛내고 있었다. 나는 네온사인보다는 달 같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내 존재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누군가로 물들고 싶은 날이었다. 외로움에 기인한 충동적인 마음일지도 모르겠지만, 단지 나는 이 밤거리에서 적어도 흐릿하고 희미해서 튀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https://youtu.be/ROvISXgjzNY


Fade Into You


사람들의 파도로 뛰어든

오늘밤의 외로운 그대여

젖어버린 마음을 쥐어짜

무거웠던 말들을 털어내


끝이 없는 이 밤의

빛에 물든 청춘에

삶의 이유를 잊은 채로

다시 너를 적시네 


Fade into you


의미 없는 말들을 내뱉고

마음 없는 시선을 던져도

누구 하나 뭐라고 못하던

희미해진 그대를 닮아가


그저 그런 날들을 

다들 대충 살아가

잊혀지는 나에게 넌

그럴수록 선명해


Fade into you


끝이 없는 이 밤의

빛에 물든 청춘에

삶의 이유를 잊은 채로

다시 너를 적시네


Fade in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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