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고등학교 때.
비가 오면 가져간 우산을 가방에 넣고
비를 맞으며 걷곤 했다.
교복이 다 젖어 아파트에 도착하면,
경비아저씨가 말씀하셨다. ‘학생은 왜 자꾸 비를 맞고 와. 우산 없어?’
나는 뻘쭘하게 답하고 집에 들어가곤 했다.
왜 그랬을까.
아무래도, 답답했던 것같다.
비라도 맞으면 답답함이 풀릴까 싶었나보다.
대학교 때
비만 오면 날뛰었다. 바람 불어도 날뛰었다.
그래서 별명이 개구리였다. 비만 오면 미친 것같다고.
그때도, 답답했나보다.
지금도 비가 좋다.
하지만, 이제 맞지 않는다.
비를 맞아도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 답답함은, 평생 안고 가야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내 안에 비가 내린다.
많은 모양의 비가 내린다.
출렁거리며 날 무겁게 하지마라.
쌓이지 마라.
흘러 넘쳐라.
넘쳐서 흘러 가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