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들이 실패해도 배움은 남는다
눈떠보니 하루가 지나 있었고 매일 1시간씩 글을 쓰겠다다는 나의 다짐은 과도하게 휘저은 휘핑크림처럼 무너졌다. 무려 10만 원을 투자하고 맞이한 일 없는 토요일에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늦게 일어난 만큼 서둘러 일을 해야 하는데 눈앞에 보이는 머리카락을 치우다 보니 대청소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해는 벌써 정오를 넘겼고 짧은 시곗바늘은 숫자 3을 가리키고 있었고 조금만 더 느적거리면 저녁식사를 해야 할 판이었다. 결국 나는 집청소 하는데 10만 원을 써버린 셈이다. 차라리 10만 원 주고 청소를 맡겼다면 훨씬 잘했을 것이다. 일에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고 가장 급한 일부터 해야 하지만 나는 내 하루에 아무렇지도 않게 10만 원을 낭비해 버렸다.
월 천만 원을 버는 이들에게 하루는 33만 원의 가치를 가진다. 부지런한 그들은 하루에 6시간만 자는 걸로 퉁치고 18시간 동안 33만 원 대충 시급 2만 원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나도 한 시간이 2만 원인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당신 지금 보고 있는 쇼츠 몇 시간 봤어? 3시간? 그렇다면 당신은 쇼츠 보는데 6만 원을 썼다. 만일 8시간 편의점 알바 최저시급으로 8만 원을 받았다면 고작 쇼츠 3시간에 하루 알바의 2/3을 날린 셈이다. 편의점 알바를 하더라도 언젠가는 월 천만 원을 번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면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더 무시무시한 것은 실제로 월 천만 원 버는 사람들은 “이 정도면 먹고살만하다”정도로 느낀다는 사실이다.
나의 토요일은 기본적으로 10만 원이라는 비용이 소비된다. 이번달부터 아르바이트생을 두고 토요일 하루 아르바이트비로 10만 원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과감한 결정이었다. 물론 10만 원은 최저시급이기 때문에 뭐 그 정도로 대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나의 월 수입으로는 알바를 쓰는 건 꽤 과감한 결정인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나는 왜 알바를 쓰려고 작정했을까?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서 내 수익을 높이고 싶어서였다. 네 번의 토요일이면 최소 40만 원을 지출해야 하니 나는 적어도 한 달에 40만 원 이상을 더 벌어야 한다. 먼저 유튜브 채널을 다시 활성화시키려고 했다. 두 번째론 독서모임을 하나 더 할 작정이었다. 우선 이것 두 가지였다. 독서모임을 잘 운영하면 적어도 20만 원의 수익은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월 2회 격주로 운영하고 참가비로 회당 1만 원을 받고 적어도 주에 10명씩만 참석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그렇지만 어제는 이 두 가지 모두 막혀 버렸다. 첫 번째 유튜브다. 유튜브는 결국 사람들이 봐줄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영상을 만들어도 나쁠 것은 없지만 나쁠 게 없는 일에 시간을 투자할 순 없다. 적어도 확고한 목표가 필요했다. 이유 없는 의미 없는 수고는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나중에 하면 된다.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이 어떤 걸 좋아할까를 연구하는 것이다. 연구하고 기획해야 한다. 그냥 하고 싶은 걸 해서 잘 된 경우는 거의 없다.
두 번째는 독서모임의 지속 가능성이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은 진행 중인 콘텐츠가 지속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독서모임 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데 과연 내가 하나 더 운영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새로 만들 독서모임은 1년 치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1년은 어떻게 하겠다 싶은데 그다음은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일단 3월부턴 독서모임을 시작해야겠고 1년 치라도 시도해 봐야겠다.
일단 궤도에만 오른다면 목요일 북클럽, 토요일 북클럽과 영상촬영을 해야 하는 스케줄이 잡힌다. 물론 이 사이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계속해야 한다. 매장에서는 손님이 없다면 영상편집과 인스타그램 카드뉴스를 꾸준히 제작해야 하며 여전히 하루에 2시간씩은 독서를 해야 한다. 2시간씩 독서하지 않으면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 그리고 1시간씩 글도 써야 한다. 결국 내 삶의 핵심은 기록이고 기왕에 남기는 기록은 다 책으로 만들고 싶고 책으로 만들 거라면 누구에게든지 팔릴만한 책을 써야 한다. 팔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마음가짐으로는 만들지도 건들지도 말아야 한다. 개 똥이라도 팔 생각으로 집어야 한다.
지금 내가 정리 없이 시간이 낭비되는 이유는 처음 도전해 보는 출간 때문이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분명 쉬울 거다. 문제는 무식하게 덤벼드는 바람에 시간낭비가 과도했다는 거다. 그리고 수정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당초의 목표대로 북클럽 기록용으로 남겨 두었다면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고 그냥 적당히 돈 들여서 스무 권 정도만 뽑으면 무난하게 넘어갔을 터였다.
A4용지 180장에 초상권이 해결되지 않은 풀컬러의 사진들이 있었다. 당연했다. 블로그에 업로드 목적으로 썼던 글이고 그걸 모으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책으로 내려면 a5 사이즈가 적당했고 글자 크기도 10pt 정도로 조절해서 한쪽에 24줄 한 줄에 30개 정도의 글씨가 들어가게 해야 했다. 그래야 어느 정도의 가독성이 확보된다. 옆에 있는 책들을 들춰보니 대부분 그 정도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걸 수정하는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내가 사용하는 맥북 pages 사진 설정이 잘못되었는지 일부 사진이 고정값이 되는 바람에 텍스트를 수정할 때마다 사진은 고정이 되어 있어서 매번 사진 위치를 조절해야 했다. 진짜 짜증 나는 건 지금은 사진을 다 뺐다는 것이다. 만일 독립 출판이 목적이라면 사진은 미리 넣지 말고 사진 위치만 정해두고 가장 나중에 디자인할 때 삽입하는 게 가장 좋다.
저작권도 문제가 될지 모른다. 베스트셀러 위주로 진행을 했기 때문에 몇몇 책은 최신작이다. 특히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 파트는 2022년에 나왔으니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문제의 소지가 없게 해당 출판사에 문의를 해봐야 한다. 이번에 작업한 책 자체가 작품에 직접 나오는 문장을 따와서 리뷰했기 때문에 작가의 문장들을 제거해버리면 이 책을 내는 의미가 없어진다. 블로그를 쓰는 것과 책을 내는 것은 너무 다른 일이다. 이렇게 글로 적고 나니 또 정리가 된다. 이번 책은 혹시 모르니 딱 100 군대만 투고해보고 안되면 딱 20권 정도만 제본해야겠다.
후일담
결국 출판사 투고는 100%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는 판단하에 포기했다. 나중에 다음 책을 만들어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 비매품으로 100권을 만들었으나 다행히 지인들이 구매해 주고 또 지인들이 영업해 줘서 추가 50권을 인쇄했고 최종적으로는 150권을 판매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포장비용과 택배비용이 추가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번 과정을 통해 글을 쓰고 그 글로 책이라는 하나의 상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것까지 통으로 알게 되었다. 적어도 누군가 책을 낼 때 이렇게 하라고 조언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으니 제법 성장했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에서 성장하게 되었다. 이제는 출판사와 인쇄소에서 졸지 않고 책의 견적을 뽑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며 출판사와 어떻게 홍보를 해나 갈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시도는 다양한 공부를 요구했고 비록 시도들이 실패해도 배움은 남았다. 그리고 그 배움들은 결국엔 월 천만 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다가간다.
시간은 저마다 다르게 작용한다. 여느 과학도서에서 그렇듯 시간은 흐르지 않고 공평하지도 않다. 누구는 1시간을 10시간처럼 사용하고 누구의 하루는 그 사람의 1시간만큼도 못한 가치로 흘러간다. 누군가에게 하루는 시간당 1만 원의 가치를 지니고 누군가에게는 하루당 1만 원의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오래 살고 싶다고? 그렇다면 "플랭크"를 해라. 그렇다면 1분이 1시간 같을 것이다. 시간의 가치는 개별적이지만 어쨌든 시간은 빛이 흐르는 만큼 동일하게 제공된다. 당신의 한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려면 그 시간마다 의미를 부여해 보면 어떨까. 하루 글쓰기 1시간, 독서 1시간, 운동 1시간 합쳐봐야 고작 세 시간이다. 그러나 당신이 침대에 누워 넘기는 쇼츠 보는 시간도 거의 비슷하게 흐른다. 같은 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두고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시간이 빛 보다 빠르게 흐른다고 느껴진다면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는 것 아닐까. 시간을 낭비하는 이들은 지금이 몇 시인지 조차 모르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