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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니 Dec 11. 2022

E와 I 그리고 P와 J, 그 사이 어딘가

16가지로 사람을 정의하기엔 너무 적다.

너는 MBTI 가 뭐야?


 요즘 들어서 사람을 만나다보면 물어보는 것들 중에 가장 보편적인게 MBTI가 아닐까 싶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MBTI는 4가지 영역으로 사람을 나누는데 에너지의 방향, 인식, 판단, 생활양식 등으로 분류한다. 각각의 방향에 따라서 ENFJ나 INFP 같은 16가지 종류의 MBTI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런식으로 유행을 타는 것도 싫어하고 검사 같은 것은 귀찮았기에 처음에는 MBTI 검사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명이 자꾸 물어보다보니 대답해주기 위해서 검사를 진행했고 ENFJ가 나왔다. 각각 유형의 퍼센트지를 따지자면 INTJ와 반반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검사지에서는 제일 높은 수치를 나타내니 ENFJ가 맞을 것이다.

 ENFJ는 각각 외향, 직관, 감정, 계획적을 나타낸다. 그러니 이것에 따르면 나는 외향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며 미래지향적이며 감성적이며 모든 일에 계획을 세워야한다는 것이다. 어느정도는 동의하는 부분이 많지만 나 스스로는 맞지 않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많고 내가 생각했을 때에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거든.




 여행을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무조건 E와 J가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들 앞에서의 나는 먼저 말을 걸고, 쾌활하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인간 네비게이션이었을테니까. 나는 어릴 때부터 성격이 많이 변해왔다. 생각해보면 지금은 사회적인 성격이라고 해야할테지만 변한 것은 변한 것일테니까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는 외향적일 것이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기에 사람들을 만나면 말이 줄어들고 어색함을 뿜어내며 혼자서 무리의 외곽에 위치하고는 했다. 다만 어색해지거나 불편한 상황을 싫어하기에 최대한 그 상황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 뒤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하며 어색한 기류를 풀어내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E가 100% 나올 것이라며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나는 무언가를 할 때에는 그것의 기준이 되는 계획이 필요하다. 그게 공부가 되었든, 여행이 되었든 아니면 하루의 일과도, 그렇기 때문에 거의 매일 다이어리를 작성해서 내가 해야할 것들을 정리하고는 한다. 여행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루에 내가 방문해야할 곳들, 그 곳으로 가는 교통수단, 관광지의 운영시간 및 입장권 금액 또는 구입하는 방법들. 불안하게 있느니 하나둘씩 찾아보고 나서 마음을 편하게 먹는게 좋았기에 생긴 버릇이다. 그렇게 하다보니 J는 100%가 맞는 것 같다.




 나는 소수의 사람들을 만날 때에는 외향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사이속에 들어가다보면 말수가 적어지며 활동반경이 줄어들고 무리의 외곽에 위치하는 내향적이 되고는 한다. 또한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의 나는 버스 노선과 시간표, 교통카드를 구입하는 방법까지 알아야하는 J였지만 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나는 그런 것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은 채 여행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는 P가 되었다. 세계일주를 하다가 만났던 한국인이 내 MBTI를 물어보고 말했던 적이있다.


너는 ENFJ답지않게 계획이 너무 없는거 아니야?


그 사람이 예의가 없는 사람이고 딴에는 농담이라고 했겠지만, 그때의 상황은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계획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웃고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하다보니까 갑자기 화가 나네. 

  MBTI는 보편적인 기준이 될 뿐이다. 큰틀로 나누자면 맞겠지만 모든 사람들을 그 틀 안에서 분류하기에는 16가지는 너무 적다. 나만 해도 그렇다. 나는 다른 누군가를 만날 때에는 내향적이 될 수도 있고, 집 앞에 나갈 때에는 계획 없이 가볍게 나가서 돌아올 때도 있다. 그러면 나는 INFP가 되어버리는 것일까?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 성격이기에 그렇게 확정 지을 수는 없지 않을까.


 내 MBTI의 큰 틀은 아직 ENFJ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INFP가 아닌 것도 아니다. 전세계에서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모든 수치가 일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정해진 MBTI처럼 살아간다면 세상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사람에게 맞춰서 하나하나씩 다르게 대해야하며 MBTI라는 잣대로 그 사람을 멋대로 판단하는 일도 없어야한다.

 

MBTI는 ENFJ이지만, 나는 그보다 더 복잡한 사람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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