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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니 Jan 26. 2023

혼자서 하는 여행

나에 대해서 더 잘 알아가는 시간들

혼자서 하는 여행은 심심하지 않아? 무섭기도 할 것 같고...
어떻게 혼자 해외까지 여행을 가? 나는 못할 것 같아...


 해외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언어가 통하느냐는 문제는 이미 다루었었기에 넘어가고 그 다음으로 듣던 말은 어떻게 혼자서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느냐, 무섭고 심심하지 않느냐는 말이 있었다. 사실 혼자하는 여행이라는게 쉽지만은 않다. 특히 처음 나가는 혼자여행은 언어 걱정에 무서운 일만 가득할 것 같고, 외로우며 심심할 때도 많다. 좋은 것을 봐도 같이 이야기하며 공감할 사람도 없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도 없다. 이렇게 말하니까 혼자 여행은 장점이 없는 것 같네...

 그래도 나는 여전히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고는 한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혼자서 여행을 떠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와 해외여행을 같이 떠났다가 안맞는 점이 많아서 꽤 크게 싸우고 돌아온 경험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싸우는 경험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있을 것이다. (친구와 여행을 함께 떠난다면 그 결말은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죽일 듯이 싸우고 철천지원수를 얻거나,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지기를 얻거나) 나 또한 친구와 첫 해외여행에서 싸우고 다시는 같이 안가! 했지만 결국 서로 화해를 하고 두 번이나(그 중에 한번은 또 싸웠다) 해외여행을 같이 가게 되었다. 그 이후로 이것저것 같이하는 여행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서 혼자서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같이 하는 여행의 장점도 많이 있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는 단점이 더 크게 느껴졌었거든.

 같이 다닌다면 먹는 것도 신경써야하며 같이 묵을 숙소도 정해야하고, 가고 싶은 여행지도 서로 상의를 해야한다. 물론 친구들마다 다르고 잠깐 서로 떨어져서 여행하는 방법도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 작은 것들마저도 신경쓰기 싫어져서 혼자 떠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혼여로 떠난 첫번째 해외여행지는 도쿄였다. 우리나라와 가깝고 문화가 비슷하며 말이 통하지 않아도 여행하는 것이 크게 힘들지 않을 그런 도시를 고르다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일본이었다. 처음 만나는 도쿄는 정말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던 도시였고 혼자여행을 하더라도 문제가 되는 것이 하나도 없던 곳이었다. 그 덕분에 이후 나는 대부분의 해외여행을 혼자서 떠나기 시작했다.




 혼자서 여행을 떠나다보면 많은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와 같이 떠난다면 그 사람과 나의 성향을 고려해서 여행지를 선택하고, 먹을 것을 고르고, 숙소를 예약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친구의 도움과 취향이 잔뜩 들어가곤 한다. 혼여는 그런 것들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나 스스로 결정해야한다.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꿈이 있다거나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저 대학이라는 목표만을 향해서 달려왔다. 사회가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가게 만들었기에 대학이라는 목표에 도착하고나니 그 다음은 어디를 향해서 가야할지 모르겠더라.  "대학에 도착하면 다 할 수 있을꺼야" 라는 말로 원하던 것은 하나도 쳐다보지 못한 채 지나온 길에 던져두고 달려왔기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나마 좋아했던 게임과 대학교에서 배운 술에 대해서 더욱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우연히 좋아하게된 여행이었고, 친구에게 짜증이 나서 선택하게 된 혼자여행이지만 그것들은 내 인생의 갈림길들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를 수 있었던 순간이었으니 인생이 바뀌게 되는 순간이었으니까. 혼자 여행을 떠나보면 많은 것들을 내가 스스로 선택해야한다. 왼쪽길로 갈지 또는 오른쪽 길로 갈지, 파스타를 먹을 것인지 또는 피자를 먹을 것인지, 호텔을 이용할 것인지 또는 도미토리에서 묵을 것인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것들을 선택하는 와중에 나는 나에 대해서 더욱 잘 알아가고는 한다.

 나는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굳이 맛집을 찾아서 가지 않는다. 나는 줄서서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오픈런을 하거나 다른 곳을 가기로 선택한다. 나는 잠만 자면 되기에 비싼 호텔보다는 값싼 도미토리를 이용한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극적인 순간을 사랑한다. 나는 일출과 일몰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비행기보다는 버스와 기차를 좋아한다. 나는 별, 달, 강과 바다 그리고 사랑 같이 무용한 것들 사랑한다. 같은 것들 말이다. 혼자서 오지 않았다면, 내가 고민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내 취향들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알아갈 수 있는 것이 혼자 떠난 여행이다. 한국에 남아서 회사에 다니며 친구들과 술을 먹고 다녔다면 알게 되는데 오래 걸렸을, 또는 알지 못했을 것들을 여행에서는 하나씩 알게되어간다.

 나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그렇기에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 자신감이 없었고 자존감따위도 없었다. 그렇기에 항상 나는 나에게조차 우선순위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혼자서 떠난 여행에서 만나게된 나와 스쳐지나간 많은 인연들, 아직 나에게 남아있는 사람들 때문에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여행과 인생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으며 누군가에게 감히 조언을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말이 한가지있다.

 많은 것을 보고 만나고 경험해라. 그렇게 스스로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너의 세상은 넓어지게 될 것이다.


혼자서 여행을 떠났기에 나의 세상은 더욱 넓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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