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안하다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기발한 형태를 만드는 것도, 무언가를 멋있게 보이도록 하는 것도 아니다. 디자인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는 작업이다”
넨도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사토 오오키의 말입니다. 실제로 '진동을 최소화하여 필기 시 피로감을 개선'한 제브라의 BLEN 펜이나, '좁은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흑과 백의 확실한 컬러 구분으로 공간을 넓힌' B by B 매장 디자인 등 넨도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그의 위와 같은 말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궁금했습니다. 22년 10월에 발표된 도큐핸즈 리브랜딩 프로젝트에서, 과연 넨도는 도큐핸즈가 가지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길을 제시했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기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도큐핸즈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넨도는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어떤 길을 제시했는지
이를 바탕으로 핸즈(전 도큐핸즈)는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
리뉴얼 후 직접 방문한 핸즈 매장에서 이를 느낄 수 있었는지
일본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잡화점 중 하나인 도큐핸즈는, 일본의 주요 도심 지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오프라인 중심의 브랜드입니다.
2016년을 기점으로 연 매출 900억 엔을 돌파한 후, 2020년까지 유지되던 매출액 추이는 코로나라는 큰 변수에 무너져 결국 2021년,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치인 619억 엔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감염 위험에 따른 외출 자제로 인한 자국민 매출 감소, 그리고 국경 봉쇄로 방일 외국인 매출까지 감소함에 따라 위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매출 감소의 또 하나의 원인으로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에 2019년도 대비 19% 증가한 160조 원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을 기록한 것과 같이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기존에도 매출 성장 곡선을 그리던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라쿠텐과 아마존 재팬에서 코로나 기간에 폭발한 온라인 쇼핑 수요로 인해 매 년 큰 폭의 매출 성장 추이를 기록한 것입니다.
출처 : アマゾン日本事業の売上高は約2.5兆円、ドルベースで230億ドル【Amazonの2021年実績まとめ】
특히 아마존 재팬의 경우,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약 1조 7천억 엔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1년 기준 2조 5천억 엔을 기록하면서 2년 사이에 약 45%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위기 요인들로 인해 도큐핸즈의 실적 감소가 이어졌고, 이에 따라 도큐핸즈는 21년 12월 경 결국 홈 센터 기업인 '카인즈'에 매각되게 됩니다. 매각 후 카인즈는 넨도와 협업하여 도큐핸즈의 리브랜딩을 실시했으며, 이의 일환으로 도큐 핸즈의 브랜드 명을 '핸즈'로 변경하고, 브랜드 로고를 새로 제작하게 됩니다.
출처 : 넨도(nendo) 공식 홈페이지
여러분은 로고에서 어떤 게 보이시나요? 일본어 한자 단어를 가지고 만들어 낸 심볼이라고 하는데 감이 오시나요? 바로 손 수(手)입니다. 로고와 브랜드명에서 알 수 있듯, 신생 핸즈와 넨도가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바로 '손'입니다.
넨도는 현대 사회에서 그저 스마트폰을 잡는 것에 주로 쓰이는 손의 의미에 대해 재정의 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손'으로 만짐으로써 시야와 생각이 넓어지고 인사이트가 생겨나며, 일상의 호기심이 자극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DIY나 공예와 같이 단적으로 손을 '사용'한다는 것을 넘어서, 생각을 확장시키는 손, 마음을 확장시키는 손으로써 그 의미를 재정의 했습니다.
출처 : 핸즈(ハンズ) 공식 유튜브
넨도는 해당 정의를 통해 디지털 시대가 낳은 간편한 소비문화를 비꼬고 있습니다. 뭐든 고장 나고 부서지면 쉽고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의 가벼움을 은은하게 풍자하며, 손을 사용하여 고장 난 물건을 고치고, 직접 자신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DIY 행위 자체를 디지털 시대의 소비문화를 대적할 수 있는 신생 핸즈의 강점으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통해 도큐핸즈가 겪고 있던 문제에 대한 해결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죠.
핸즈는 넨도와의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를 통해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으로써 생존하기 위한 전략을 손의 의미를 재정의하면서 풀어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핸즈에서는 기존 도큐핸즈와는 차별화된 2가지 전략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도큐핸즈는 매장의 棚割(타나와리 | 상품의 진열, 구성 등)를 점장이 독자적으로 구성하여, 점포 별 취향을 가진 매장이라는 큰 특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전국 어느 핸즈 매장을 가도 모두 똑같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매장을 만들기 위해, 핸즈 공통의 타나와리에 근거한 매장을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카인즈의 인프라를 이용하여 PB 상품 개발에도 힘을 실을 예정인 것 같습니다. 카인즈의 PB 상품 수량은 약 1만 3천여 종이며,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출처: 닛케이 비즈니스 21/9/24) 핸즈 또한 PB 상품 전개를 진행하고 있지만, 독자적 상품이라기보다는 메이커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상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따라서 카인즈의 PB 상품 개발 기반이나 스피드 등의 강점, 그리고 상품 제안력이라는 핸즈의 강점. 이 두 가지의 강점을 모두 사용하여 보다 나은 상품을 개발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들이 제안하는 가치를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전달하고 싶은 신생 핸즈의 의지가 엿보이는 전략입니다. 또한 카인즈와의 합병으로 강화된 PB 상품 개발 인프라를 통해, 자신들이 제안하는 가치를 가장 제대로 반영한 PB 상품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위 내용을 토대로, 리뉴얼 이후의 핸즈 매장이 궁금해진 저는 직접 핸즈의 매장을 방문해보기로 했습니다.
후쿠오카의 하카타에 위치한 핸즈 매장에 방문했는데 22년 12월 기준 하카타 매장은 아직 리브랜딩 전 로고와 매장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리브랜딩을 통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아직 없었으나, 결제 후 포장지에 붙여주는 테이프의 경우에는 변경된 로고가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피부로 핸즈의 리브랜딩을 느껴보지 못했지만, 최근 일본에서 내국인의 외부 활동이 증가하는 점과, 방일 외국인 비율 증가, 그리고 최근 OMO(online marge with offline)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이 뜨고 있는 상황 등을 미루어 볼 때, 신생 핸즈의 시장 기회는 확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의 핸즈의 행보를 주목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