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지식을 넣는 행위가 아닌,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행위
공부란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다
이 문장은 이제 너무 유명한 말이 되어버렸지만, 흐린 눈 하고 최근에 우연히 위 문장을 제대로 체감했던 순간들에 대해 기록해 보고자 한다.
나는 마케터 이승희 님의 인스타그램 영감 노트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몇 년 전 어느 날인가 해당 계정에 한 일본어 문장이 업로드됐다. 아마 원어로는 勉強とは世界の解像度が上がる行為 정도였을 것이며 한국어로는 아래의 내용을 담고 있었을 것이다.
勉強とは世界の解像度が上がる行為
공부란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행위
당시 저 문장을 접했을 때도 너무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구독하고 있는 businessinsider.jp 뉴스테러에서 어느 날 해당 문장을 타이틀로 내건 에디터 레터가 도착했다.
위 글에서는 쳇 GPT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 위해 해당 문장(공부란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에 대한 저자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자녀의 피아노 발표회에서 칠 곡을 들었는데 알고 보니 집 욕조를 데워주는 기계의 안내 멜로디 었고, 이 전까지는 그저 기계의 안내음 정도였으나 이제는 독일 작곡가의 음악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정보량이 상승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 사례를 읽어보면서 다시 한번 해당 문장에 공감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세상에 대한 해상도를 높이자!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최근 나 또한 정확하게 이 문장을 느낀 사례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친구의 대만 여행 인스타그램 스토리였다.
대만은 사실 2014년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한자는 까막눈이었기 때문에 거리의 간판들이 보일 리 없었고 당연하게도 최근 해외여행을 할 때 자주 드는 생각인 '이 건물에는 어떤 가게가 있지?', '이 동네(상권)에는 어떤 비즈니스들이 많을까?' 하는 등의 질문 자체가 떠오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일본어 공부를 통해 범용 한자들이 눈에 익게 된 이후, 우연히 이 친구의 스토리에서 대만을 다시 마주했을 때는 '이 건물은 사무용품, 문구류도 팔고 생활용품도 파네? 그리고 특이하게 부동산이 고층에 있고, 저 영어 관련 연구소는 뭘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 이게 바로 그 문장에서 말했던 세상의 해상도가 높아진다는 느낌이구나!' 하고 공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또한, 위 사례들과 같이 단편적으로 세상이 좀 더 구체적으로 보이게 되는 경우 외에도, 공부를 통해 일상에서 별생각 없이 지나쳤을 순간들에 대해 뎁스 있게 생각해 보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최근에 한 제품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후기 이벤트를 안내하는 스티커가 너무 안 떨어지는 바람에 결국에는 가위까지 찾아들고 그것을 잘라냈던 경험이 있다. 다소 불편했던 이 경험을 하면서 예전에 브랜딩 관련 서적에서 읽었던 피크 앤드 법칙이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고, 마케팅과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 직업인으로서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여 개봉하고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의 디테일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브랜딩 관련 서적에서 축적한 지식이 없었다면 그냥 ‘좀 불편하네’ 하고 넘어갔을 테지만, 브랜딩과 관련한 지식을 바탕으로 불편했던 상황을 반면교사 하여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챙겨갈 수 있었으니 이 또한 공부를 통해 어떠한 현상을 더 깊게, 즉 해상도 높게 바라볼 수 있었던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렇듯 세상의 순간들에서 특별한 디테일을 발견하기 전(해상도 높은 세상을 바라보기 전), 그 특별함이 보이게 만들어 준 어떠한 인풋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고화질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지적 호기심을 열심히 충족하면서 인사이트 사냥(?)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