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아저씨! 커피 한잔하고 가지”
어제저녁 비가 살짝 내리더니 아침 바람이 거세다. 아침 정류장은 모자를 쓰고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야 얼굴로 날아오는 찬 바람의 직격탄을 막을 수 있다.
두꺼운 털모자를 쓰고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두 손을 녹이며 버스를 기다리는 여자. 오늘 같은 추위엔 저 비싼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녀가 들고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손난로 삼아 차가워진 손을 녹이고 싶다.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양재역에서 뱅뱅사거리로 내려오는 길. 4층 건물 스타벅스의 1층은 전면 투명 유리로 아침 커피를 즐기는 젊은이들과 직장인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짧은 순간 그 틈새로 커피 머신에서 들리는 원두 가는 소리와 진한 커피 향이 스쳐 지나가는 나의 코안으로 들어올 때면
"어이 아저씨! 커피 한잔하고 가지”
라는 환청이 내 귓가를 맴돈다.
자꾸만 내 귀와 눈과 코가 카페의 현관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아침 커피 족이 자리 한 켠을 차지해 유리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며 커피를 마시고 때론 그런 눈빛과 마주치는 일도 생긴다. 마치 어린 시절 추운 겨울에 동네 아이들이 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맛있는 호빵을 가지고 나와 먹고 있으면 먹고 싶어 군침 흘리며 쳐다보는 상황이 떠오른다.
그 시절 "딱! 한 입만 먹고 싶다” 의 기분은
지금의 "아! 한 모금 마시고 싶다”와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문틈으로 배어 나오는 커피 향기는 자동차 매연으로 가득한 정류장 근방의 길거리에서 나의 콧구멍 안으로 파고들어 후각을 마비시켜 가던 길을 멈춰 카페로 들어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카페를 스쳐 지나가는 짧은 순간에도 나의 코는 스읍스읍하고 연신 커피 향기를 빨아들이게 한다. 조금은 추잡스럽지만, 그쪽이 자동차의 매연을 맡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간신히 유혹을 물리치고 떨어지는 발걸음이 왠지 초라한 느낌.
그게 무어라고!
회사 출근하자마자 봉지 커피를 뜯어 컵에 붇고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 봉지로 몇 바퀴 돌려주며 아침 카페의 향기를 기억해보려 하지만 싸구려 봉지 커피의 달달함만 있을 뿐 그때의 상쾌함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