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늘고, 여유는 줄어드는 나이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쉬지 않고 살아왔다.
공부했고, 일했고,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유지하며
주어진 역할을 성실하게 해냈다.
그래서 막연하게 생각했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삶이 조금은 안정될 것이라고.
그런데 사십 대가 되어 마주한 현실은
조금 다른 방향에 있었다.
책임은 분명히 늘었다.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커지고,
부모의 시간도 함께 신경 써야 하고,
가정과 일 사이에서 감당해야 할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다 버리고 도망쳐 버리고싶은 순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나이 든 만큼 편해져야 하는거 아닌가.
이상하게도
여유는 나이만큼 따라오지 않는다.
통장을 들여다볼 때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조용히 계산하게 된다.
열심히 살아온 시간에 비해
나는 충분히 쌓아왔을까.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자주 머뭇거린다.
사십 대가 되니
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 되었다.
안정감이기도 하고,
불안의 크기이기도 하다.
젊을 때는
돈이 부족해도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벌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선택의 결과는 더 무겁게 남는다.
그래서 돈이 더 무서워졌다.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것이 앞으로의 삶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조용히 압박이 된다.
나는 더 이상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의 엄마이고,
누군가의 배우자이며,
가정을 함께 유지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계산하게 된다.
이 선택이 맞는지,
이 방향이 안전한지,
지금의 내가 충분한지.
사십 대의 경제적 고민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앞으로도 괜찮은 사람일까'라는
존재의 문제와 닿아 있다.
그래서 더 말하기 어렵다.
힘들다고 말하기에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진 것 같고,
괜찮다고 말하기에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계속 버티고 있다.
나는 요즘 자주 생각한다.
나는 잘 가고 있는걸까.
확신은 없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다.
나는 여전히
내 역할을 다하려고 애쓰고 있고,
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
사십 대의 삶은 여유롭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너진 것도 아니다.
각자 자리에서 조용히 버티고 있고,
그 버팀이 결국 삶을 이어가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작게 말해본다.
지금도 충분히
버티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