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결] #01 이따금 혼자서 걷는 봄

지나간 하루, 작은 시간 속에서

by 결이

오늘은 평일인데 쉬는 날이다.

5월 황금연휴를 맞아 토요일에 근무한 대체휴무였다.
별다른 약속 없이, 혼자만의 조용한 휴일을 즐기며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늦은 아침을 먹고
단골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다듬었다.
작은 미용실이지만, 원장님의 손길은 늘 신뢰할 수 있다.
벌써 5년째다.
그분의 집중한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
한 분야에서 오래도록 실력을 쌓아가는 사람들이
왜 멋있어 보이는지 알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나도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분야에서 어느덧 10년째다.
지금의 나는 회사에서 중간관리자급이라
업무를 주도하고, 지시하며 따라야 할 위치에 서 있다.
나는 어떤 상사일까. 어떤 부하직원일까. 잘하고 있는 걸까.
전문직은 아니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다듬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조용한 곳을 선호하여 차로 20분 정도 달려야

나오는 시외지역 수영장을 다닌다,
늘 퇴근 후 저녁에만 가던 곳이었지만

낮에 보는 수영장은 분위기부터 다르게 느껴졌다.


어둡기만 하던 창밖이 환하게 열려 있었고,
바깥의 밝음은 수영장 안의 공기마저

산뜻하게 느껴지게 했다.


보통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25미터 레인 스무 바퀴를 목표로 한다.
물속에 들어서면 동작은 자연스럽게 반복되고,
물속을 나아가는 횟수가 쌓일수록
숨은 턱밑까지 차오른다.

열 바퀴를 넘기면 온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고,
스무 바퀴가 가까워질 즈음엔
얼굴이 붉게 상기되며
그제야 비로소 멈추게 된다.


항상 그렇지만 수영을 끝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맞이해 주는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좋게 해 준다.

어찌 보면 이 기분을 느끼려고 수영을 하는 건가 싶다.


평소 같으면 운동 후 곧장 집으로 향했겠지만,

오늘은 휴일이고 약속도 없고,

날씨도 좋아 그냥 돌아가기엔 어딘가 아쉬웠다.

출출해진 속을 간단히 채우려

카페에서 음료와 핫도그 하나를 사서

관방제림 벤치에 잠시 앉았다.


어제 하루 종일 내린 비 덕분일까.

오늘 날씨는 완벽했다.

맑고 파란 하늘, 선선한 바람,

초록빛 나무와 가로수길,

그리고 그 옆으로 흐르는 강줄기와 징검다리.


연휴가 끼인 금요일이라 그

평일임에도 사람이 제법 있었다
어떤 이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어떤 이는 손을 잡고,

어떤 이는 같이 사진을 찍고, 어떤 이는 자리를 펴고,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인연과 함께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는 그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도 그들 사이에 섞여,
봄날의 여유를 천천히 받아들였다.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던 하루.
조용했지만 특별했던 하루.
이런 날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는 걸
새삼 다시 느낄 만큼 평화로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