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더 이상 ‘영웅’은 없어야 한다
고 윤한덕(1968-2019) 님의 명복을 빕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윤한덕 센터장이 지난 4일 51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고 한다. 이국종 교수의 책 <골든아워>를 통해 그 이름을 알게 된 게 불과 얼마 전이기에 이런 소식이 좀 많이 버겁다.
죽음의 우물에서 생명을 끌어올리는 일을 수 십 년간 반복해온 응급의료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살아있는 영웅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윤한덕은 부실했던 한국의 응급 의료 체계를 바로 잡기위해 평생을 헌신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윤한덕은 아마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부를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내 일이니 자기 맡은 일 정도는 끝까지 책임져왔을 뿐"이라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하물며 다른 이들이 역할을 다 하지 못해도 그것을 비난하기보단 스스로에게 짐을 더 얹으려 했던 사람이었다고 하니 무리한 짐작은 아닐 듯싶다.
<골든아워>에는 비극과 절망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윤한덕을 포함한 중증외상 의료진들의 노고를 알게 돼 기뻤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는 사실이 기뻤다. 묵묵히 해내는 이들이 더 큰 힘을 얻고, 그렇지 못한 이들이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한 가지 더, ‘더 이상 영웅은 나타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남겼다. 몇몇의 영웅이 마지막까지 싸우다가 결국 비장히 쓰러져야 하는 사회보다는 각자가 스스로의 역할을 해내면 잘 굴러가는 사회가 아무렴 더 나아보인다.우리가 그들을 영웅이라고 그들을 부르며 의존할 때, 그들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비참한 최후를 머리에 그리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제쯤 이국종도 윤한덕도, 더 많은 지원으로 탄력을 받아, 몇몇 영웅들의 개인능력이 아니라 체계적인 구조가 응급환자들을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런 죽음은 너무 이르고 그래서 좀 많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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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의 당직실에서 또 다른 환자를 기다리던 그에게 심장마비가 찾아왔다. 수 없이 많은 심장을 다시 뛰게 한 그의 심장은 누가 지켜야 했을까.
아마 그는 되돌아 올라가면서 수 많은 영혼들에게 그 누구보다 따뜻하게 축복받으리라.
그러나 이 세상은 아직 너무 차갑기에, 존재만으로도 따뜻함을 주는 그의 부재가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