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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루시아 Oct 27. 2024

'진짜' 영어는 없다

3월의 어느날 교환일기

영어는 참 신비한 언어입니다.

제가 영어영문학 전공생이라서 이렇게 말한다고요?

그 영향이 없지않아 있겠지만, 영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해본 사람들은 모두 느낄 텐데요.

영어는 정말 '흔한' 언어입니다.

당장 외국 여행을 가도, 영어만 조금 할 줄 안다면 편해지는 일들이 많죠.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공용어로 인식하고 있고, 또 배우니까요.

그런데 이 영어는 동시에 '고유'한 언어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영국 사람이 말할 때와, 인도 사람이 말할 때와, 일본 사람이 말할 때 모두 다르게 들립니다.  


또 영어는 끝이 없습니다. 

영어는 하나의 알파벳에 하나의 소리만 있지 않죠.

같은 A여도 '에이' 라고 발음될 때가 있고, '아' 라고 발음될 때가 있어서 단어마다 소리를 익혀놓아야 합니다.

저는 2학년 전공필수로 영어의 발음 체계를 배우는 수업을 들었었는데요, 

영어의 발음기호와 알파벳과의 관계를 다루는 수업이었습니다. 

근데 하나하나 배울때마다 일정한 규칙이 없고 예외들만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복잡한 영어를 단순하게 만들어줄 체계를 배우는 줄 알았는데, 

결국 수많은 예외들과 씨름했던 순간이 생각나네요. 

하지만 그래서인지 영어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배워도 배워도 새로운 사실이 나오니, 영어의 끝이 어딜까 궁금해지게 되거든요.  


저는 최근에 런던에 다녀왔습니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더 많은 기간을 여행했던 여타 도시들보다 더 큰 매력을 느끼기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공부해야 할 부분을 발견했던 의미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런던에 버러 마켓이라는 큰 시장이 열리는데요,

거기에서 파는 피시앤칩스가 맛있다는 소식을 듣고 

영국에서의 첫 피시앤칩스를 먹어보고자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근데 웬걸, 주문을 하려는데 종업원분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듣겠지 뭐예요.

영국영어 특유의 센 억양이 제가 지금까지 공부하며 들어왔던 영어와 너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프랑스에서 살면서도 영어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는데, 

정작 영어의 본고장 영국에서 영어듣기로 쩔쩔맬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죠.

어찌저찌 바디랭귀지로 해결했지만, 나름 영문과를 전공한다는 사람이 영어의 본고장에서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는 게 굉장히 부끄럽더라고요.  


악센트 하나만 바뀌어도 달라지는 영어의 본모습을 모르고

학교에서, 시험에서 주로 듣던 미국식 억양의 영어가 다 인줄 알았던 

제 자신이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걸 실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언어는 말 그대로 소통의 '수단'인데, 지금까지 미국인이 하는 영어만 진짜고 

나머지는 어딘가 부족한 영어처럼 느껴온 것이 모순이었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요.  


전세계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보다, 제 2언어로 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중동인이 말하는 영어도, 한국인이 말하는 영어도 모두 같은 영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다양한 영어의 모습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합니다. 


-2023.03.16 교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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