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고 짧게 살고 싶다. 삶에 무언가 큰 한 획을 남길 생각은 없다. 내가 가질 수 있는 것만을 탐내고, 이기지 못할 게임은 아예 하지 않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아쉬워해야지. 슬퍼해야지.
자주 하는 입버릇 중 하나다. 욕심을 갖지 않고 흘러가면 그만인 순간들에 얽매여 지금을 놓치지 않고 싶다.
사람도 물건도 기억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인데 희한하게 그런 순간의 미련들에만 태연하다.
" 만약 그걸 못하면 어떡해? "
" 슬퍼해야지 해야지, 그럼. "
아니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하나하나 내가 갖지 못한 순간들을 생각하고 곱씹으며 그때 그랬더라면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나를 붙잡고 끌어내리는 것이 늘 더 속상했던 것 같다.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질 수 없는 것을 붙잡으려다 보면 가진 것에 소홀해지곤 한다. 그래서 욕심이 많은 나는 살아 나가고 있는 순간들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해 남은 하나를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여행을 위해 산 카메라를 비행기에 두고 내렸다.
출발하자마자 물건을 잃어버린 나에게 어이없기도 했고, 기껏 산 카메라로 비행기에서 찍은 영상밖에 없다는 게 우습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여행 중에 잃어버렸다면 카메라를 찾기 위해 시간을 더 쓰고 더 속상했을 것이다. 카메라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고 영상을 많이 찍어뒀다면 영영 찾지 못한 그 시간들을 아쉬워 지금에 집중 못했겠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생은 내가 생각한 대로만 순탄하게 흘러가주지 않더라. 모든 것을 가지기 위해 노력과 시간을 쏟을 만큼 내가 부지런한 건 더더욱 아니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을 알고 가진 것을 소중히 할 때 나는 조금 더 반짝인다. 그렇다면 나는 가질 수 있는 것을 조금 더 소중히 하고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을 조금만 아쉬워해야지. 그리고 다시 그것이 생각날 땐 그걸 가질 수 있도록 해야지.
여전히 삶에 다정하고 애틋한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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