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갈까? 주차장 갈까?

2018년 12월 22일 이스탄불 도착


내륙의 겨울 맛을 보니 하루라도 더 빨리 더 남쪽으로 가고 싶어 졌다. 겨울을 나려고 골라 두었던 이즈미르 대신 훨씬 더 남쪽 안탈리아로 가기로 했다. 평소 큰 도시에 들어가기 전에 하루 이틀 더 쉬곤 했었지만 서둘러 첫 번째 목적지인 이스탄불로 향했다.


국경에서 첫 번째 도시에 이르기까지 시원하게 뚫린 길에서 멈춤이 거의 없이 왔는데 이스탄불에 들어와서도 그 시원한 길이 계속되었다. 편도 6차선에 중앙에 버스 전용차선이 철책으로 가림막이 돼있어 신호등도 필요 없이 계속 직진할 수 있는 교통시스템이다. 방금 전까지 시도 때도 없이 고속도로비를 내며 그리스를 지나왔는데 터키에 들어와서 고속도로비 없이 이스탄불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이스탄불에서 나오면서부터 막대한 고속도로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도시 설계가 이루어진지 얼마 안 되는 것 같다. 다만 버스 전용차로와 연결되는 육교가 노약자나 장애인들을 포용하지 못한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쉽다.(이즈미르 이후에 만난 도시에는 대부분 육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


터키 리라 가격이 하락하여 호텔에 묵을까 고민도 했지만 복잡한 시내에 캠핑카 주차가 되는 곳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 시내에서 좀 떨어진 외곽까지 집을 보러 다닌 끝에 관광지가 가장 인접해있는 1일 70리라짜리 캠핑카 주차장에 머물기로 했다. 어차피 자는 시간만 차에 있을 것이고 나머지는 여행을 하러 돌아다녀야 하니까. 하지만 화장실과 샤워장이 상당히 심란하여 난 호텔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 캠핑카 주차장에는 우리 말고 세 대의 차가 더 있다. 우리 차의 두 배정도 더 크고 화려한 차들이다. 너무 커서 주차 공간이 우리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저런 차들이야말로 주차공간을 가진 호텔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바깥이 좀 시끄럽다. 여러 대의 캠핑카가 줄지어 들어온다. 캠핑카 주인들은 우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노인들인데 친구끼리 그룹을 만들어 여행 중인 것 같다. 이탈리아 분들 같은데 활기찬 분위기다.


방금 밖에서 광민에게 신기한 듯 말을 거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다보니 광민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여전히 차를 닦고 있다. 광민은 도착하자마자 30분째 차를 닦고 있다. 차를 장기 주차할 요량으로 차의 흔들림을 방지하는 장치도 한다. 이곳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좀 쉬었다 마을 탐색이라도 다녀오면 좋겠는데. 시내라 주차비도 현지 물가에 비해 싼 가격이 아니라서 주차 가능한 호텔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의외로 시내에 작고 아담한 우리 차가 머물 수 있는 호텔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곳에서 샤워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난 아침에 먹은 것이 아직 소화도 되지 않았지만 과일도 씻어놓고 오렌지도 까놓고 빵도 구워놓았다. 냉장고에 만들어 준 샐러드를 꺼내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저렇게 일을 하고 나면 시장할 테니까. 맛있는 거 먹고 기분이 좋아지면 마을 탐색을 다녀오자고 해야겠다.


광민은 아직도 차를 닦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차를 닦을 것인가?

나가서 같이 닦을까?


드디어 광민이 들어왔다. 다행히 시간의 여유가 아직 있다. 광민은 호텔을 더 찾아보자는 내 의견을 귓등으로 듣고 있다. 우리를 위한 호텔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나타나기만 하면 난 강력하게 주장하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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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구 시가지를 돌며 간단히 구경하면서 여행 계획도 세우다 보니 결국 밤이 되었고, 우리 숙소는 주차장으로 굳혀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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