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이야기 1(정미연)
우리 마을엔 천사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
2023년 7월 8일 토요일
한 여름 바쁜 계절이지만 잠시 짬을 내어 미연씨내외와 우리 부부는 완도 바닷가에 나들이를 갔다.
"바로 저기가 김공장이었어요. 겨울이면 저기서 작업을 했어요."
카페의 창 밖을 보던 미연 씨가 과거를 다시 떠올리며 이야기한다. 몇 번인가 바로 이 장소에서 같은 얘기를 들었는데 미연 씨는 처음으로 하는 것처럼 실감 나게 이야기한다. 가슴에, 몸에 사무치는 기억이 그렇게 하는 것 같다. 미연 씨의 이야기는 전에 처럼 아이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어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왔는데 그 아이와 함께할 시간도 없었다고 한다. 아이가 잠들 때쯤 공장에서 돌아와서 일주일 동안 모아 온 빨래를 해야 하는데 꼭대기에 있는 미연 씨 집에는 물도 나오지 않아서 우물가로 내려가서 빨아와 밤새 말려야 했단다. 맛있는 음식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해 주는 게 미안해서 어느 날 아이에게 물었다고 한다.
" 아들아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오는 날, 혹시 오기 싫은 적은 없었니?"
" 엄마, 몸이 아프다가도 집에 가는 날이 가까워지면 집에 갈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아 씻은 듯이 나아져요."
이 말을 몇 번이나 듣는데도 들을 때마다 감격스럽고, 코끝이 찡해진다. (나도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며 몸이 아팠을 때 엄마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병이 낫는 것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의 아이들에게 정작 나는 그런 엄마 노릇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어려움 속에서도 최고의 부모 노릇을 한 젊은 시절의 미연 씨가 너무도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