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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 탐험가 이숙경 Nov 20. 2023

천 원 행복 식당 이야기 3

분토리 천 원 행복 식당은 2주 후에 올해 사업이 끝난다. 처음에 열심히 글을 써보겠다고 결심을 했었지만 그 재미있는 마을 식당 이야기를 기록하지 못한 채 또 시간이 흘러갔다. 


마을 식당 사업비가  턱없이 부족했지만 십시 일반 마을 분들이 가져오시는 귀한 식재료 덕분에 넉넉해졌고, 자녀분들의 기부금으로 점점 더 풍성해졌으며,기획 단계에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매월 생일잔치는 우리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다.



마을 식당에 찾아온 위기들


처음 7조이던 아짐들 조는 6조로 바뀌었다. 마을 식당이 주 4회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세 명으로 운영하던 벗님들(젊은 부녀회) 인원이 더 필요해졌고, 여름 방학이 되면서 처음 활동해 주었던 젊은 벗님이 지역아동센터에 아침 출근을 하게 되어 다른 인원으로 대체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 마을 식당이 위기를 맞이하였다. 마침 (노인층)아짐들 조에 속했던 70대 중반 이하 분 들이 두 분 계셔서 마을 식당 인력이 오히려 더욱 탄탄하게 구성되었다. 위기 덕분에 70대 중반 아짐들은 젊은이가 되셨다.


두 번째 위기는 올여름 한창 바쁜 시절 시댁형제들과 가기로 한 해외여행계획이었다. 마을 식당 훨씬 전에 계획했던 일이고, 티켓팅도 다 해놓고 숙박도 모두 에약이 끝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다녀와야 했다. 다행히 여행을 다녀오느라 열흘이상 내가 빠졌음에도 마을 식당은 아무 탈없이 잘 운영되었다. 여행을 앞두고 내 역할을 조금씩 축소시켜 나간 결과이다. 그로 인해 마을식당에 묶여 아무 일도 못한다는 생각은 거두고 10월부터 5주간 자원순환 관리 교육지도자 과정도 마칠 수 있게 되었다. (분토리에 내려오자마자 시작한 쓰레기 문제 해결 방안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마을에서는 많은 협조를 얻어내어 더 이상 불법 소각이 없는 마을이 되었지만 면사무소 청소차 담당자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마을로 낙인찍히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따로 기록해야겠다.)


마지막 위기는 마을 식당 사업을 3주 남겨 둔 지난주 찾아왔다. 마을 식당 사업 36주에 농번기 급식 사업을 25주로 연계해 진행하느라 마지막 달에 주 3회 하는 주와 주 4회 하는 주가 생기게 되었고 처음 7조에서 6조로 전환하느라 마지막 조까지 이번 해에 일할 수 없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이 문제는 11월에 들어서면서 몇 사람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내년 사업에 연계해서 하면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아주 간단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짐들의 주장은 집요해서  아짐들끼리 일정을 정하시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하셨다.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일을 꺼리셨기 때문이다. 결국 열띤 토론 끝에 횟수를 맞추어 마지막 사람까지 모두 이번 해에 끝내기로 했다. ( 어쩌면 '다음 해'라는 기약은 필요없다는 아짐들의 주장이 곱씹을 수록 맞는 말이다.)  이를 위해 12월 1일 식당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은 마을 잔치를 벌이기로 했다.


천 원의 두터운 감사, 만 원의 진지한 행복


이 토론 과정에서 마을 아짐들에게 하루 1만 원의 현금이 주어지는 진지한 즐거움을 확인하였다. 젊은 벗님들에게는 36주간 36만 원이 아짐들에게는 36주 중 6주간 평균 20만 원이 넘는 수입이 생긴다. 이것은 마을에서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 못지않게 활력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음식 값으로 천 원을 받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가게 하나 없는 마을에서 외식하는 재미가 있고, 귀찮아서 움직이기 좀 싫을 때도 식당에 천 원을 보태고자 하는 책임감으로 마을식당으로 향하게 만든다.


마을 공동체 사업 우수 마을로 선정


이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낸 덕분으로 우리 마을은 마을 공동체 사업 우수 마을로 선정되었다. (내년엔 상금으로 받는 3백만 원으로 세탁 돌봄 사업을 구상 중이다.) 구순이 넘으신 어머님들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마을 사람들이 함께 상을 받으러 갔다. 처음에 구순이 넘으신 분들을 모시고 가는 일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마을 회관까지 스스로 걸어 나오시는 분들이 못 가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설득했다. 다행히 날씨도 좋았고, 식당 사장님의 배려로 행사 전까지 따뜻한 식당에서 머무를 수 있었다. 특히 그날은 최미례 씨 생신이어서 생일 모자를 준비해 함께 축하해 드렸고, 그로 인해 훨씬 더 분위기가 따뜻해졌다.  함께 맛있는 삼치회며 병어찜도 먹고, 공동체 행사도 구경하며 찬란한 추억 한 장을 또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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