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화요일
어젯밤엔 9시 조금 넘어 잠이 들었다. 센터에 다녀와서 늦은 빨래를 하고 건조기를 돌리려다 잠이 쏟아져서 베란다에 널고는 얼른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달콤하다. 나한테 초저녁부터 잠이 찾아왔다.
어제 일찍 잤으니 지금 몇 시일까? 내 맘은 시간이 궁금했지만 내 몸은 아직 일어나지 말라고 나를 말렸다. 아직도 노곤한 게 그렇게 함부로 겁없이 일찍 일어나면 몸살이라도 날지 모른다며 나를 더 재우려고 했다. 몸이 게으름을 부리게 좀 놔두니 슬며시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나를 일으킨다. 시간을 확인하니 5시 조금 전이다. 이럴 수가! 어제 9시 조금 넘어 잠이 들었고 5시 조금 전에 잠이 깼으니 거의 8시간 가까이 깨지 않고 푹 잤다. 어제도 잘 잤는데 오늘은 더 잘 잤다.
어제는 바람 불고 비가 와서 바깥 활동도 많이 못했다. 아이들에게 택배를 보내주고 마을 회관에 아짐들이 만들어 주신 팥칼국수를 먹었다. 택배준비는 전 날 되어있던 것이고, 팥칼국수도 우리 먹을 것만 한 냄비 받아왔으니 노동이 1도 들어가지 않았다. 책 읽고 글도 쓰고 아이들 수업준비도 하면서 몇 번이나 시간을 확인했다. 낮에도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가지는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여유 있게 보내다 담가 둔 빨래를 잊었다. 지금 일기를 쓰며 생각하니 빨래를 잊을 수 있었다는 것도 왠지 흐뭇하다. 은퇴 이후 빨래와 청소 설거지 같은 것들은 거의 매일 우선순위에 있었다. 이제 다시 내 인생의 우선순위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마을 회관 장을 보러 해남읍으로 가는 길부터는 내 마음이 다시 많이 바빠졌었다. 아동센터에 수업 시간까지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마을에 일이 좀 있어서 출발 시간이 늦어져서 걱정했지만 미리 계획된 대로 장을 보니 양이 많아도 금방 끝났다. 오히려 평소보다 센터에 일찍 도착해서 아이들과 여유 있게 수업할 수 있었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오고 궂은날이 많아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요 며칠 힘든 줄을 모르겠다. 내 생채리듬이 제자리를 잘 찾아가고 있는 기분이다. 아니면 엔돌핀이 넘쳐나서 일시적으로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지.
새벽사용을 결심하고 5일째 되는 날 거의 8시간을 깨지 않고 잤다.
나의 기록들은 건강 비법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