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고도 장엄한 느낌

태동

by 경주

남자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기쁨과 감동이 있다.

뱃속에

새 생명이 꿈틀거리는 묘하고도 장엄한 느낌.


태동.


꼬물거리는 아기.

나에게 무언가를 전하는 것 같아

가만히 나의 아이에게 귀 기울이게 되는 순간.

아기가 움직이면 가만히 앉아

배 위에 손을 얹고

나의 태령이에게 말을 걸었다.


"태령아, 엄마야.

태령이 엄마 뱃속이 편안해?"


역아로 자리 잡은 아기가

무언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염려스러웠다.


입덧이 심한 탓에

음식 냄새는 물론

자가용 타는 것도 힘들어서

출퇴근은 매일 느릿느릿 1시간씩 걸어 다녔다.


걷는 코스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공원을 끼고 돌았는데

탄천변을 따라 걸으며

물소리를 매일 들려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온하고도 행복한 시간.


임신 기간은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쉽지 않았지만

혼자 길을 걸어도 종알종알 말을 걸었고

혼자 밥을 먹어도 함께라는 마음이었다.


절로 씩씩해지고 용감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가끔 뱃속에 가만히 손을 얹고

나의 태령이에게 말을 걸던

소중했던 시간을 떠올리곤 한다.


출산은 쉽지 않았고

임신 기간은 여러 제약이 따랐으며

출산 이후 몸의 기력이 전과 같지 않지만


나의 뱃속에 생명을 품고

꿈틀거림을 온전히 느낄 수 있던 그 순간만큼은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을 만큼 그립다.


출산 당일까지 일한 못난 엄마 탓에

태어나야 할 달이 바뀌어버린 딸은

태어나고 보니

순하디 순한 성격의 소중한 아이였다.


태령이는

그토록 입덧이 심하고

역아라 제왕절개를 해야 했던 아이였으니

힘든 일들을 지나

이제는 좋은 일만 남아서

그렇다고

엄마는 말했다.


옆집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나면

대체 어떻게 하면 아이가 우는 걸까 궁금할 만큼

나의 딸은 방긋방긋 잘 웃을 뿐, 잘 울지 않았다.


나는 돌도 안된 아기를 키우는

임산부였다.


엄마는 태령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라고 했지만

태령이를 키우는 과정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집에서는 늘 클래식 선율이 흘렀다.


빚이 많았어도

오래 되었어도

남편과 내가

정성껏

깨끗하게 수리한

우리의 집.


나의 향기로 가득히 채워 놓은 집.

그곳에서.


잠도 잘 자고

순한 아이 덕에

나는 편안했다.


우리의 집에서

내 시간은 충분했다.


거기다

둘째 아이는 입덧이 없었다.

어찌 이럴 수 있을까 싶도록 없었다.


찐 새우, 우유, 복숭아, 고기 등이 먹고 싶어

많이도 먹었다.


첫 아이 임신 때를 생각하면

생고기나 해산물을

요리해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지나가다 보이기만 해도 구토가 나왔고

학교 급식에서 해산물이 나오는 날은 비린내로

너무 고통스러워 밥을 더욱더 먹을 수 없었기 때문.


첫아이 때는 입덧이 심하여

따뜻한 국물이나

토마토 등의 과일 외에는 잘 먹지 못했다.


그런데도 계속 몸은 부어올라 20kg이 쪘다.

반면 둘째 임신 때는 이것저것 많이 먹었다.


밥의 양은 말할 것도 없고

간식으로 찐 새우 50마리를 먹었으니

말 다했다.

그런데도 10kg밖에 찌지 않았다.


만약 둘째 임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면

입덧은 임신한 여자들의 오버스러운 몸짓이라는 오해를 했을 만큼

입덧은 아예 없었다.



태령이는

작게 태어난 탓에

또 대식가가 아닌 탓에

크지는 않았지만

백분율로 볼 때

20~30%의 키와 몸무게로 돌까지 커 나갔다.



고개를 가누고

몸을 뒤집고

기어가고

앉을 수 있게 되고

내게 엄마라고 말을 하고


내가 해주는 음식을

많이는 아니어도 맛있게 먹어주고


모든 과정은 순조로웠다.


아이를 키우며

온전한 기쁨만을 누리던 마지막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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