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없이 한글 깨치기
국어 교사의 한글 교육법
아들의 한글 교육은 서점과 도서관에서 시작했다. 서점의 냄새, 도서관의 적막을 사랑하는 나는 시간이 날 때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서점과 도서관에 갔다.
서점과 도서관 안의 책은 방대하다. 몇 권을 골라 그중에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도록 하기도 하고 하루는 예술 하루는 문학 등 분야별 도서에 집중해보기도 했다. 영역을 한정하더라도 그 안에서 스스로 책을 고르도록 한 점은 늘 유지했다.
보통은 빌려 읽거나 전시된 책을 읽고 되풀이해서 읽기를 원하는 책만을 샀다. 기차에 빠져있던 아들은 관련 애니메이션 책을 골랐다. 아이들은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것을 좋아한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을 사서 같은 책을 밤마다 읽어주었다. 워킹맘이었던 나는 자기 전이라도 충분히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에 책을 여러 권 읽어주었고 그 시작은 항상 기차 애니메이션 책이었다. 어떤 날은 한번 더를 수도 없이 외쳐 기차 책만 10번 읽은 적도 있었다.
손가락으로 글자를 가리키며 읽어주었고
아들은 그 글자를 자모 체계 없이
통으로 외우기 시작했다,
아들의 기차 책이 찢어지던 어느 날 아들은 그 책이 없어도 첫 장의 내용을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외우게 되었다. 그즈음 아들은 글자를 통으로 익혀 기차 책의 둘째장을 술술 읽게 되었다. 그 덕에 다른 책도 드문드문 읽게 되었고 이에 어린이집에서 가장 빨리 한글을 읽는 아이가 되었다. 글자 읽는 것으로 칭찬을 받아서인지 아침 7시 반부터 국공립어린이집에 가서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아들은 금세 글을 완벽하게 읽게 되었다. 어린이집 공개수업에서 선생님이 띄운 화면에 그림 없는 글자 무당벌레를 혼자 읽어낸 아들 덕에 나 역시 부러움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았고 비법을 묻는 엄마들이 수업 이후 함께 밥을 먹고 싶어 하곤 했다.
능숙하게 한글 읽기가 된 아들에게 5살부터는 EBS 한자 수업을 듣게 했다. 퇴근 후 30분 정도 내가 식사 준비를 하는 시간 동안 아들은 한자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언어 발달이 빨랐던 아들답게 한자를 쉽게 흡수했다. 8급을 시작으로 5급까지 혼자서 꽤 많은 애니메이션을 보았던 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학교 앞에 학습지를 홍보하기 위해 오신 선생님들을 보고 선생님과 수업하고 싶다고 했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아들을 설득하자 아들은 그 앞에 주저앉아 울었다.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고 한자 학습지를 시켜 달라고 졸랐다. 사교육은 안된다던 나는 그렇게 처음 사교육 시장에 들어서게 되었다. 학습지 선생님은 한자 자격증 시험 접수를 해주었고 1학년인 아들은 5급 자격증을 손에 쥐게 되었다.
국어는 기저 학문이라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며 언어의 70프로는 한자어로 되어있으니 학습을 위한 기초 준비를 시킨 셈이었다.
동네 엄마들의 권유로 방문한 수학 학원에서는 아들이 영재 문제에 도전할만하다고 했다. 가정에서 수학동화로 수개념을 깨우쳐준 적은 있지만 문제 한번 풀린 적 없었다. 그 흔한 유치원 문턱도 밟아본 적 없는 아들이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일주일에 두세 차례 20여분 하는 영어 수업을 듣고 가정에서 소위 엄마표로 진행되는 영어 커리큘럼을 따라오던 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에 처음으로 동네학원에서 파닉스를 5개월 배우고 입학이 쉽지 않다는 영어학원에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점수로 합격했다. 테스트를 도와주신 선생님도 아들의 발음과 읽기 능력을 칭찬하셨다. 그 시절 나는 아들 교육에 자신이 있었다.
독서가 답이라는
나의 신념이 굳건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독서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