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에 진입하려는 딸과의 데이트

발단 따위 없이 시작부터 위기

by 경주
태령아,
아빠가 오늘 바로 써야하는 미술관 티켓을 지금 보내 줬어.
태령이 그림 좋아하잖아.
우리 다녀오자.


오늘 사용해야하는 전시회 티켓을

오늘 아침에 말해 준 남편.

남편이 남편했다.

ㅋㅋㅋ


오늘은 피아노만 가는 날이라
제일 한가하단 말이야.
집에서 영화보고 쉴래.
그리고 라온이는 왜 안가?


아니 이 반응은?

나의 예상과 다르다?

일정이 없으니 가자고 하지!

이건 무슨 말이냐...


라온이는
1시에 친구랑 약속이 있다고 하고
또 라온이는 미술관 가면
10분만에 다 봤다고
나가자고 찡찡 하잖아.
둘이 가자.


(물론 그런 이유도 있지만 남편이 티켓을 두장만 줬다.)


딸이 부어있다.


둘이 침묵.


몸이 배배꼬이고

신경질에 몸부림치는 것이 보인다.


매우 섭섭을 넘어서 화가 난다.


출발도 안 했는데 위기...


이대로 내가 폭발하면

우린 바로 비극적 결말...


나는 침묵을 선택한다.


딸이 그래도 옷을 갈아입어준다.


함께 출발.


그러나

미술관 가는

버스를 타고 있는 내내 침묵.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지금보다 더 어렸던 딸.


나는 시간이 날 때면


하루는 딸만

또 하루는 아들만

하원 시간보다 일찍 불러내어

데이트하고는 했다.


내가 왔다고 팔짝거리며 웃던 내 딸.

그때 들었던 딸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컸구나...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섭섭하네..


마음 속으로 삼킨다.


다음에는

함께는 어렵겠구나...


예술의전당에서 내렸다.


태령이 뱃속에 있을때
여기서 호두까기인형 봤어.


진짜?


응.


엄마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면 세종문화회관이랑 예술의전당 바로 여기야.

오기만해도 엄마는 벌써 기분이 좋아.


내 기분이 하늘을 날아간다.


아까까지의 내려앉은 기분은 어디간거냐.

나는

어느새 딸에게 관대해졌다.


태령이 좋아하는 거 먹고 들어갈까?


초코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을 먹은 태령이는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엄마는
태령이 어릴 적에
태령이랑 하고 싶은 게 많았어.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를
나랑 먹는 거잖아.


응.
그건 태령이가 해줬어. 고마워.
그런데
또 있어.

엄마가 좋아하는 그림을
우리 둘이 같이 보는 거.


딸이 빙그레 웃는다.


전시는 아름다웠다.


앙드레

그가 바라보는 자연은

몽환적으로 보일 만큼 아름다웠다.


경계가 모호한 그림을 볼 때면

아름다운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듯했다.


90세가 넘어서도

여전히 멋지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그를 보고

나의 노년을 그려본다.


그가 그린 말 그림을 본다.


태령이가 자주
우리 고양이 크림이를 그리잖아.
앙드레에게는 말이 그런 존재였대.



말 그림이 정말 많아.


태령이가 만든 크림이,
태령이가 그린 크림이
모두 사랑스러웠어.
예술작품에는 마음이 담기나봐.

그림 속의 이 말도 살아움직이는 것 같아.


응 엄마
나도 느껴져.


앙드레는 음악도 좋아했대.
어떤 분위기에서 연주되는지
어떤 음악이 연주되고 있는지
들리는 거 같지?


응 이거랑 저거랑
색도 다르고 주변이 표현된 느낌도 달라.



엄마 나처럼
앙드레 작가도 파란색을 좋아한대.



좋아하는 색이라 그런지
정말 예쁘게 표현이 됐다.
좋아한다는 건
정말 힘이 센 것 같지?


종알종알.


전시회에서 나왔다.


회화는 아름다운 순간을 담는 것이라는

그의 생각 때문인걸까.


딸과 나의 마음도

아름다워졌다.

미술관 내에서 사진 촬영 금지라 상점 내의 상품 사진을 찍음


출발할 때와는 달리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우리 둘은 소근소근

웃음꽃이 핀다.


남편의 전화다.


잘 다녀왔어?


응!


아까 나갈 때랑은
목소리가 다르네?
어떤 전시였어?
얘기 좀 해줘봐.




전시가 예쁘더라.
리얼리스트가 아니었어.

아름다운 순간을
수도 없이 담아낸 그림을 보니
나도 태령이도 기분이 좋아.


다행이다.


근데 그래도 다음에는
표 끊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줘.
내가 늦지 않게 미리 가자고 할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숙한 그의 장난기 가득한 웃음)
내가 사실은 당신이랑 데이트할려고
수퍼얼리버드를 샀거든.

"차타" 그런 다음에
니가 "어디가?" 물으면
"따라와" 하고서는
짜잔하려고 미리 말 안했지.


고맙다...

진짜로...

역시 남편...


늘 실현까지는 어려워도

ㅋㅋㅋ

늘 생각은 하잖아...



덕분에 딸이랑 데이트 했어
고마워







사춘기는?


사춘기가 되면

아이는 아이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느라 분주하다.


때로는 자신이 왜 불안한지 모른다.

크느라 잠도 많이 잔다.

몸의 변화도 낯설다.


이유를 모르는 불안은 짜증과 게으름으로 드러난다.


엄마 눈에는 게을러보이고

때로는 쓸데없이 흘려보내는 것 같은 시간도

다 크느라 그렇다.




사춘기 자녀를 대하는 엄마의 자세?


아이와 싸우려들면

아이 눈에 엄마는

더 이상 어른으로 보이지 않는다.


엄마가 어른이기 위해서는

아이보다 감정이 매끄러워야한다.


오늘 나의 감정이 폭발했다면

나는 졌다.


더 이상 나의 이야기는 아이에게 들리지 않는다.

나의 말을 어른의 말로 듣기 어려워진거다.


감정 폭발에 유의하여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여 말한다.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엄마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소중한 아이의 감정 변화를

마주한 엄마도

아이가 소중한 딱 그만큼 힘들다.


엄마가 엄마의 감정을 잘 조절하려면

엄마가 기뻐야한다.


엄마는 엄마의 마음을 잘 가꾸어야한다.


엄마인 나는,

행복하기 위해 오늘 무엇을 했는지 돌아본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와 소통할 수 있고

아이가 내게 기대올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아이는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다.


고로 엄마인 나는

매일 나를 위해

행복한 무언가를 선물하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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