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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십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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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주 Feb 19. 2023

다시 시작

완급 조절

2월이 되자 선생님들의 전화가 많아졌다.

복직 여부와 안부를 묻는 이야기들이었다.

선생님들과 통화하다 보니

학교에 더욱 가고 싶어졌다.


초반에 너무 빨리 달리지 말고

1년 완주에 목표를 두고

천천히 걸음을 내딛기로 한다.

2월 14일.

내가 사용했던 교실을 찬찬히 둘러본다.

나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선한 아이들이 떠오른다.

고마운 아이들.

나이순으로 철드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던

훌륭한 아이들.


지난주까지 발령이 마무리되어

교사 환송회가 있었다고 한다.


오늘부터는 신학기 준비로

학교가 분주하다.

물론 이 연수를 위해 부장님들은

한참 전부터 고생하셨을 테지.   


전교사가 모이는 연수 장소로 이동한다.

각종 연수와 제출해야 할 계획서가 쏟아졌다.

긴장감이 가득했다.

전이라면 조금 더 나설 일을

전이라면 조금 더 오래 남아

혼자 마무리할 일을 참아보았다.


나의 목표를 되뇌었다.

1년 완주.


나는 다른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

조금씩 참는 나의 마음은 괜찮을까?


2월 15일.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

교육청 초빙강사님의 연수였다.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사건의 초기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사건 이해를 위한 듣기의 과정,

그리고 감정의 이해,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요즘 학교폭력 사안은 교육청으로 넘어간다.


교육청으로 접수된 사건의 경우

한 분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만

5시간이 걸리기도 한다는 말씀에

학교에서도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씀에

문득 질문하고 싶었다.


사건 직후 초기대응을 강조하시는데

그렇다면 사건 후

내가 이야기를 듣는 긴 시간 동안

나머지 우리 반 학생들 관리와 나의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방과 후에 상담을 진행하려는데

학원 갈 시간이라

집에 가야 한다고 하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군지에서는 흔히 있는 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나에게 주어질까?


담임교사는

그러한 사안이 발생하였을 때

온전히 사안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될까?


역시나 예방이 최선이다.


좀 더 면밀히 아이들을 관찰하고

쉬는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가보자고 마음먹는다.


2월 16일.

1월에 이미 배부한 교과서 외에

이후에 도착한 교과서 배부가 있었다.


도서관에 있는 교과서를 현관으로 나르고

아이들을 기다리다 교과서를 나누어주었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이라

패딩을 벗고 코트를 입은 탓인지 추웠다.


아이들은 여전히 예뻤다.


1년이 지난 후

아이들이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기를 꿈꿔 본다.


내가 가진 능력과 체력.

그 이상을 쓰게 되면

다시 아프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나는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완급을 조절하면서

아이들과 1년을 잘 보내고 싶다.


학년별로 제출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학년별로 한분씩 해달라는 일들이 오면

나는 그냥 으레 내가 다.

누가 해야 할지

눈치 보는 분위기를 못 견뎠다.


같이 하자는 말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입을 떼 보았다.


같이 할까요? 일을 나눌까요?

 

단순한 회의 수준을 넘어서

남아서 함께 문서를 작성하고 가자고 하셨다.

그렇긴 하다.

함께함이 옳다!


함께 하니

배울 점도 많고 좋았다.


해는 지고 어두워도

함께 하니

즐거웠다.



좋은 짝꿍을 만난 것이

올해 가장 큰 기쁨이다.



오늘의 감사.

좋은 동료 교과 교사를 만나게 되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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