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다리가 보랏빛으로 물들던 날

너를 만나던 날

by 경주

보라색을 보면

가끔 그날이 떠오른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다리가 이상하다.


붓기는 전과 같은데

색이 보랏빛이다.


내 다리가 맞는데

뭔가 무섭다...


침대에 드러눕는다.


'좀 쉬면 나아지겠지.'


누워있는데

배가 고프다.


'김밥이 생각나네.'


집 앞에 나가

김밥을 사 들고 들어온다.


엥?

한 줄을 다 먹었는데 배가 고프다?


막달에 들어서며

오히려 배가 갑갑하여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었는데



오늘 유독 배가 고프다


떡국이 먹고 싶다.


한 그릇 끓인다.


국물까지 완샷!


이거 왜 이래?



에게?


과일이 먹고 싶다.


집 앞에서

푸른 사과를 사 온다.

3알을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뭐지?

이거 뭐지?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


'이걸 사려면

차 타고 나가야 하는데.

흠.

이건 내일 먹을까.

..

계속 먹고 싶네..


씻자.

먹는 생각 좀

날려 보내자.'


샤워하는데..

뜨거운 것이 흐른다.

양수다.


아직 2주도 더 남았는데...


옷을 갈아입고

병원에 전화했다.


콜택시를 불렀다.


저녁을 먹고 온다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 남편에게

꼭 저녁을 먹고 와야 했냐고

말하곤 끊는다.

(만삭인 내가 차려주는 저녁이 미안하다고

먹고 온다던 남편에게 그러라 그래 놓고는)


지금이라면

'곁에 있으면 좋겠어. 무서워.'라고 말하겠지만


그 당시의 나는

콧대가 하늘쯤이라

나의 진심은 전하지 못하고

괜스레 너의 잘못만 꾸짖고는 끊는다.


택시를 탔다.


패드 안으로 양수가

계속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무지 차분하게

차에서 내린다.


병원에서 안내해 준 곳으로 향한다.


또박또박

나의 이름을 말한다.


엄마가 되는 건가.

점점 더 차분해진다.


여성병원 응급실에 가서 양수가 흘렀다고 말하자

수술 준비를 하신다.



마취 준비를 하느라

의사의 문진이 있었다.


저녁을 드셨나요?


메뉴를 알려주시겠어요?


네 김밥 한 줄이요.


마무리하시려기에

서둘러 말한다.


그리고 떡국 한 그릇이요.


또 마무리하시려기에

또 서둘러 말한다.


그리고 사과 세알이요.


...


잠시 적막

너무 많이 드셔서

오늘은 수술이 어렵겠습니다.

내일 일정을 잡아 알려드리겠습니다.

너무 많이 먹어서라...

그렇게 웃긴 이야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이야기 하기야?...


곧이어

나의 담당 의사 선생님과 통화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마도 나에게 말씀하셨듯

역아라 위험 산모라는 이야기인 듯


몇 주 전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현재 아기가

거꾸로

자리를 잡은 상태예요.



역아의 경우,

수술이 아닌 상태에서

출산이 시작되면

아이나 산모가 위험할 수 있어요.




이유를 알기 위해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지만

임신 상태에서는 불가능해서

이유를 확정할 수 없어요.

하지만

현재 상황이

아이는 뱃속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있고

산모의 붓기는 심하니

수술을 서두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이가 머리부터가 아닌

다리부터 나오게 되면

팔다리가 어딘가에 낄 수 있고

출산이 지체되면

아이와 산모 모두 위험하다는 이야기였다.


선생님

우리 아기는 돌아올 거예요.

자연분만하고 싶어요.

이 날짜보다 일주일만 더 기다려주세요.


대체 어디서 나온 무모함이냐.


열심히만 하면

아직도 모든 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살던 시절인가 보다.


인력으로는 안 되는 것이 있음을 몰랐던

철없던 나.


쓸데없는 고양이자세로

아이가 제자리를 찾기를 기다렸던

날들이 스친다.


진통이 시작된다.


담당 간호사가 말한다.


자궁문이

너무 빨리 열리고 있어요.


쉽게 아이를 낳았다는 엄마를 닮은 건가.

수술할 건데

뭐 하러...



남편이다.

남편이 왔다.


배 아파?

힘들어?

아이씨, 수술할 건데

아플 건 아플 대로 아프고 수술하면

억울하잖아

얼른 수술해달라고 하자.



상황을 모르는 남편은

진통이 시작된 내가 걱정이다.



설명할 기운이 없다.



아까 수술은 안된다던

그 의사 선생님이 다시 오셨다.


담당 선생님께서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금식하지 않고 수술하시는 거라

수술 후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천식이 생길 수 있고...

기도 폐쇄로 인해...


아... 길다 길어...


남편은 보호자로서 사인을 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하다.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왜 이렇게 춥지?'


수술로 인해

죽거나 병을 얻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로

몸이 너무 떨린다.


8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