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폐인

브런치에만 코 박고 지내던 날

by 경주

문과였던 나는 고등학교 3학년때에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학교 도서관에 각자의 자리가 있었는데 나는 도서관 내 자리 책상 벽에 잡지 속의 의대 사진을 붙여놓고는 공부를 했다.


물론 교사가 되기 위한 길을 걸을 것임을 알았지만 의대 사진만으로 나는 흥분되고 행복했다. 잡지 속 의대 학비를 지원해 준다는 그 학교 기사를 찢어 연예인 사진 마냥 붙여놓고 바라볼 때마다 웃곤 했다.


교사가 된 지금도

의사만 보면 그렇게 멋지다.


의사가 되어

오지를 다니는 나를

여전히 꿈에서 만나기도 한다.



브런치에는 있었다.



무엇보다 가깝게.


선망하는 그들이.


가슴이 뛰었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돌보는

대학 병원 의사 선생님을 엿보며

내가 의사로서의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곤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세계를 돌며 살아가자던 남편이 말한 삶을 실제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다. 거기다 교직을 마무리하고 여행을 즐긴다거나 부부가 함께 일을 한다거나 한옥을 개조하여 문화센터를 운영한다거나. 내가 꿈꾼 모든 삶이 브런치에 이미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삶들이 어딘가에 실현되어 있다니.


흥분됐다. 구독하기를 마구 눌러대며 여기저기 글을 읽으러 다녔다. 구독하는 작가님의 새 글이 올라오면 올라오는 대로 모두 읽어댔다. 브런치 알람에 일상이 멈춰 서고 브런치 폐인이 되었다. 겨우 구독하는 작가님의 수가 41명이었는데 매일 다 읽어내느라 하루가 지났다.


브런치 폐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브런치 알람을 껐다. 구독하기를 누르는 대신 마음에 드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시간이 날 때면 글을 읽는 것으로 방법을 바꾸었다. 그러다보니 브런치가 잊혀졌다. 2달 만에 다시 찾은 브런치. 구독하기를 누르지 않았지만 지금 딱 읽고 싶은 작가님이 세 분 있었는데 맙소사 그중 한 분의 이름은 잊어버리고 말았다.


내 글에 남았던 그분의 흔적을 찾으려고 내 글을 처음부터 자세히 살폈다. 라이킷이었나. 댓글이었나. 아무리 찾아도 모르겠다. 순간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구독하기 누를걸... 나머지 두 분의 작가님 마저 잊을까 염려스러워 얼른 구독하기를 눌러본다. 브런치 알람도 다시 켠다.


글을 쓰며 자신의 마음을 치료한다던 그분..

나와 결이 너무 비슷했던 그분..

다시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23년 1월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