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프리다이빙과 닮았을까.
1-쉬다
1) 음식 따위가 상하여 맛이 시금하게 변하다.
2) 목청에 탈이 나서 목소리가 거칠고 맑지 않게 되다.
3) 피로를 불려고 몸을 편안히 두다.
4) 입이나 코로 공기를 들이마셨다 내보냈다 하다.
5) 피륙의 빛깔을 곱게 하기 위해 뜨물에 담가 두다.
2-싶다
1) 일이 어떠하거나 어찌 될 가능성이 꽤 큰 것으로 추측됨을 나타내는 말.
2) 어떤 일을 하기를 바라는 상태에 있음을 나타내는 말.
3) 확신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러하리라 생각함을 나타내는 말.
4) 어느 정도 의문을 가지고 있거나 그렇게 될까 걱정하거나 두려워함을 나타내는 말.
5) 그렇게 되거나 그러하였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정적으로 나타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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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1-1) 버릴까 싶어(2-4) 챙겨 나온 점박이 바나나를 입안 한가득 욱여넣으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다. 아직은 여름이라는 생각에 에어컨을 세게 켰다. 피곤한 몸이 운전석에서 녹아내릴 것 같지만 그럴 일은 없겠지. 낮에는 돈을 벌기 위한, 저녁에는 돈을 쓰기 위한 운전을 하고 있다. 마치 두번 출근하는 기분이다. 투잡을 하면 이런 피곤함일까 싶다.
퇴근 후 곧장 프리다이빙을 배우러 가는 길. 도전하기를 좋아해 시작한 프리다이빙이지만 이 역시도 호기심과 설렘이 걷히고 나니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다. 흥미를 조금 잃은 탓인지 유난히 힘이 부치는 날이다. 욱여넣은 바나나 때문이지 좁은 차 안에서 사라지는 공기 때문인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즈음, 내비게이션은 경로 안내를 마쳤다.
강사님의 쉰(1-2) 목소리를 따라 수영장 입구에 기대어 줄을 섰다. 그녀 역시 일상에 지친 목소리다. 이전의 수영장은 늘 나를 설레게 했었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쉬고 싶다. 오늘은 피곤하고, 숨 참기가 잘 안 될 것 같다. 집으로 도망치고 싶은(2-5) 이유를 찾아봤지만 마땅한 게 없다. 단지 내 기분의 문제라 결론 내렸다. 돈을 썼고, 시간을 썼고, 이왕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마음을 고쳐먹는다. 다이빙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며 파란 가방을 들어 올리고 샤워실로 향했다.
수영복. 수모. 스노클. 마스크. 슈트. 납벨트. 롱 핀. 여러 가지 장비를 착용하며 곧장 프리하지 못한 상태가 되었다면 준비가 끝났다. 억지로 긴장을 풀고 지친 몸을 물에 띄운다. 배운 순서대로 입수 준비를 한다. 물속에 머리를 넣고 호흡에 집중한다. 자, 호흡해 보자.
스노클이 허락한 만큼의 공기로 숨을 쉰다.(1-4) 편한 방법으로 자유롭게 호흡하라 배웠지만, 입에 물린 스노클은 아무래도 불편하다. 부자연스러운 호흡을 시작한다. 의식적으로 들숨과 날숨의 길이를 맞춘다. 빠르고 깊게 과호흡을 하면 통증이나 불안이 생긴다. 천천히, 그리고 적당히(?) 호흡한다. 숲을 깊게 마시고 깊게 내쉬면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초과 호흡은 숨을 참을 때, 호흡하고 싶은 충동을 늦추며 생명을 위험하게 한다. 균형 있게 숨을 쉬고 있자면, 내 몸 곳곳에서 불균형을 호소한다. 숨이 부족한 거 같아. 호흡이 빠른 것 같아. 그러한 불균형을 애써 외면하며 편해지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편해진다. 이만하면 되었을까.
고요한 수면에서 균형 잡힌 호흡과 함께 내 몸을 쉬게(1-3) 한다. 몸에 힘을 빼야 쉽게 뜬다. 빼기에 집중하며 몸의 힘을 빼기 위한 힘을 쏟는다. 그간 일상에서 얼마나 힘을 주고 살았던가 싶다. 신체 하나하나, 관절하나나, 신경세포까지 동원하여 몸의 힘을 내려놓는다. 마지막으로는 힘을 빼기 위한 힘을 뺀다. 힘이 다 빠져버린 신체는 쉬어진(1-5) 천과 같이 물길을 따라 흐르게 된다. 내가 물에 흐르는 천이 되었을까 싶을 때 숨을 참기 위한 마지막 숨을 길게 들이마신다. 다이브. 물속으로 쏙 착용한 장비의 무게를 느끼며 내려간다. 귀에 느껴지는 압력을 빼면서 목적지를 향해 힘껏 아니. 힘 빼고 나아간다.
물솔에서 호흡만 집중하다 보면 머릿속을 떠다니던 온갖 생각들이 나를 방해한다. '프리다이빙은 삶과 닮은 것 같아?' 프리다이빙은 삶과 닮았을까. 아니면 반대일까. 삶과 닮지 않아서 프리다이빙을 통해 편안해지는 것일까? 힘주고 살던 일상에서 벗어나 물속으로 도망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오늘 왜 힘들었지? 몸이 피곤한가? 마음이 내키지 않았나? 지금이라도 개인 사정이 있다고 하고 집으로 갈까. 아. 지금 숨찬 거 같은데. 삶과 프리다이빙에 관한 생각을 시작으로 숨이 차다는 생각에 도착했다. 호흡하고 싶은 충동이 왔고 쓰러질까 싶어(2-1) 허겁지겁 올라왔다. 푸-푸- 예상보다 짧았던 다이빙 시간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한 탓일까 싶었다. (2-3)
뇌에게 산소를 뺃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