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야말로 사랑이니까요.
가까운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것이 있나요? 그것이야말로 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K는 아주 가까운 타인이다. 그는 경주 옛날 시내거리에서 안경원을 운영한다. 그곳은 그의 지인들의 사랑방이자 아지트다. 경주의 새로운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 덕에 뜨거운 경주 소식을 많이 전해 듣는다. 그는 또 누구에게 들었다며 ‘이어서’를 소개했다. 경주 서점 ‘어서어서’ 사장님의 2호점. Tak 카페의 2층에 위치해 있으며 서점인지 카페인지 모르겠으나 요즘 경주인 사이에서 감성 있는 공간으로 소문이 났단다. 특히나 ‘이어서’의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분명 내가 좋아할 거라 했다. 혼자라서 방문을 망설였고 sns를 통해 이어서를 가끔 들여다보기만 했다.
‘이어서’에서 매주 화요일 아침, 한 달에 4편의 에세이를 완성해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직장인 신분이라 프로그램 시간이 아쉬웠는데 이번에 주말반이 새롭게 열렸다. 2주에 한편씩 4편을 완성하는 일정이라 더 좋았다. 4-6명의 소수가 모이는 자리인 만큼 혼자여도 괜찮겠다 싶어 참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비용이 문제였다. 4편의 글쓰기 워크숍 참가비는 18만원. 값비싼 금액에 망설였지만 스스로를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독서를 꾸준히 하지 못하지만 에세이와 같은 글이 써질지. 어떤 글을 쓰게 될지. 꾸준한 글쓰기 습관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했다. 미지의 이어서. 그곳으로 나를 던졌다.
글쓰기 워크숍을 신청했다고 K에게 말했다. 허락이 필요해서는 아니었다. 다만 나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그가 이해해 준다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K가 나에게 어떤 마음에서 글쓰기를 시작하냐고 물어봐 주면 좋았겠지만. 그 역시 참가비를 궁금해했다. 금액을 맞춰 보라고 반문했다. 쉽게 알게 되면 재미없으니까.
-십만원?
-up! 글쓰기도 하고 음료도 준다니까? 좀 더 써봐.
-십오만원??
-up!
-너 미쳤나??!??
동그랗게 변한 그의 눈과 격앙된 목소리에 한바탕 웃어버렸다. 응 나 미쳤나 봐.
기다리던 글쓰기 워크숍. 주제는 사랑이었다. 사랑하는 연인 혹은 친구와의 1주일 여행. 어떤 것이 더 좋겠냐는 질문이 오갔다. 연인이라는 사람도, 친구라는 사람도 의견이 분분했다. 모두 공감하지만 나는 1주일 여행은 아무랑도 가지 않겠다며 집에 있을 사람이라 몰래 웃었다. 워크숍을 통해 단시간에 다양한 감정이 지나가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쓴 에세이의 짙은 슬픔에 공감하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위트 있는 문장에 피식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글을 읽고 쓰고 말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 참 좋다.
이어서의 시간은 온전히 내 것이며 나는 나로서 존재했다. 에세이를 통해 가슴속에 단단히 자리 잡은 고집, 미련, 고민 같은 것들이 조금씩 작아짐을 느꼈다. 회차를 거듭하며 마음이 후련하고 개운해졌다. 또한 지나간 일과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애써 억눌러왔던 나의 감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에세이를 쓴다는 것.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쉽게 끝나지 않아서 매력적이다. 초고를 쓰는 시간보다 퇴고를 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 나는 지난날의 나보다 행복하고 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2달이 지났기 때문에 18만원을 재결재 했다. 그때처럼 K가 큰 목소리로 미쳤냐며 놀라면 좋겠다.
나는 미쳤고 글쓰기를 사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