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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Jul 06. 2022

말로는 전해지지 않는 것

2년 간의 육아 소감

  아이가 태어난 지 곧 2년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육아는 어떤지, 아이가 태어난 후 결혼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묻는다. 식사 자리에서, 술자리에서, 비슷한 질문에 여러 번 답변하다 보니 (혹은 변호사의 직업병 때문인지) 답변 내용이 점차 정제되기 시작하였고, 어느덧 글로 쓸 수 있을 만큼 정리되어 있었다.      


  필자는 아버지로서 느낀 2년간의 육아 소감에 대하여, 크게 두 가지로 답변한다. 상대방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듣느냐에 따라서 둘 중 하나로 답변하기도, 둘 다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첫 번째로는 ‘육아가 어떤 것인지 말로 전달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해 봐야 안다. 자식을 낳는 임신과 출산의 경험도 마찬가지지만, 육아도 마찬가지다. 해 봐야 알고, 말로 아무리 설명해도 그 감정과 소회를 풀어낼 길이 없다. 어렵게 고심하여 풀어낸다고 해도, 들어서는 알 수 없고, 안다고 생각해도 막상 실제로 아이를 키워보면 알 것이다. ‘말로 들었던 것과 다르구나!’하고.     


  아이가 100일이 되기 전, 우리 부부는 잠도 못 자 퀭한 상태로 서로에게 짜증을 부리기도, 한탄하기도, 웃기도 했다. 그때 필자가 자주 했던 말은 ‘이건 음모다. 이렇게 아이 키우는 것이 힘든지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이건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한 국가적 음모다.’ 따위의 잡소리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주변에 수많은 육아 선배님들이 ‘육아의 고단함’을 이야기해 주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된다. 말해봐야 알아듣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말로 전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동안의 삶이 다시 보였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학교를 다닌 시절만 (의무교육을 합해) 총 19년이다. 그 시절 동안 우리는 모든 교육을 언어, 즉 말 내지는 글로 받았다. 변호사가 되기 위한 수험서는 글로, 교수님의 수업은 말로 되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언어로 전달 가능한 것으로 보였고 언어로 안 되는 것이 없어 보였다. 변호사가 된 뒤에 느끼는 말과 글의 힘은 더욱 엄청났다. 판사의 말 한마디, 판결문에 기재된 주문한 줄로 누군가의 삶이 통째로 바뀐다. 언어는 그렇게 대단했고 말로 담을 수 없는 것이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기쁨과 고단함은, 말로 전달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갓난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도 (말이 아닌)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때 느낀 감정과 생각, 깨달음과 경험 역시 말로 담기 어렵다. 나랑 닮은 생명체가 있다는 것, 세상에 없었던 생명이 생겨나 내 눈앞에 있다는 것, 그런 생명이 나를 알아본다는 것, 가끔은 나를 호명呼名하며 나를 향해 웃어준다는 것, 그것이 주는 감정은 언어로 옮기기 어렵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현상現想을 간신히 글로 옮길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절로 겸손해진다. 말을 아끼게 된다. 말의 세계가 전부인 줄 알았으나, 그것은 세상의 (많아봐야) 절반에 불과했다. 말로는 옮길 수 없는 생각, 개념, 감정이 있고, 그것을 알아버린 이상 말을 늘어놓는 것이 때로는 (사실 대부분) 쓸데없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 설명하였는데도 육아가 어떤 것인지 ‘언어 전달받으려는 사람에게는, 최후의 수단으로  가지 비유를 든다. 육아는 전혀 다른 세상이고, ‘화성에서 사는 것과 같다. 지구와 전혀 다른 행성에서 사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화성에  필요는 없다. 지구에서  살고 있다면, 굳이 화성에 가야 할까? 그러나 전혀 다른 세상을 보고 싶다면, 혹은 자기 나름의 이유로 화성에 가고 싶다면, 가도 좋을 것이라고, 말미에 덧붙인다.      


  하지만 덧붙이면서도, 필자는 안다. 누군가의 ‘언어’를 듣고 아이 키우기를 결심하는 사람은 없고, 결국은 자기 스스로의 이유로 아이 키우기를 결심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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