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은 곳간에서 난다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너그러울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안에 여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돈이나 곡식처럼 눈에 보이는 재물이 차고 넘치면
그만큼 너그러워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곳간’이 꼭 물질만을 뜻하는 건 아닐 것 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겐, 잠시 숨 쉴 수 있는 시간 한 줌, 지치지 않은 몸, 꽉 찬 일정 사이의 틈 같은 것도 곶간이 된다.
우리는 매일을 ‘소진’하며 살아간다.시간도, 체력도, 마음도
언제나 무언가를 위해 쓰고 난 뒤 남은 것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그 ‘남은 것’은 대부분 여백이 되지 못할 때가 있다.
오히려 허기와 공허, 피로만이 가득 차 있다.
그럴 땐 인심은커녕,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조차 벅차다.
곶간이란, 결국 ‘내가 나로서 서 있기 위한 여백’이 아닐까.
무언가를 채우기보다 덜어냄으로써 만들어지는 공간.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도 삶이 내게 남겨주는 조용한 틈 같은 것
체력은 내가 흘린 땀으로 채운다.
시간은 내가 선택과 계획으로 만들어낸다.
작은 결심 하나, 불필요한 일정을 덜어낸 하루,
일찍 잠든 밤이 쌓이면
그건 내 삶에 조용한 틈을 남긴다.
그리고 그 틈이, 여백이 곧 나만의 곳간이 된다.
그 여백을 어떻게 쓸지는 내가 나를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의 문제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도, 따뜻한 말 한 줄도 바로 그 여백에서 나온다.
재물은 타고날 수 있다. 어쩌면 누군가에는 행운이며, 노력없는 행복 과정없는 쾌락일 수있다.
그러나 체력은 움직인 만큼, 시간은 계획하고 덜어낸 만큼 생긴다.
그렇게 채운 나의 삶은 결국 또 다른 재물이 된다.
누군가에게 웃어줄 수 있는 여유, 말을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의 공간, 흔들리지 않고 곁에 있어줄 체력.
내가 나를 돌본 시간들이 내 곶간을 채우고, 결국은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작은 온기가 된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내 곳간을 채운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나누기 위해.
지친 하루 끝,
나에게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묻기보다 ‘무엇을 지켜냈는가’를 되새기고 싶다.
삶의 피로 속에서도 마음의 곶간 한켠에 조용한 여백 하나,
그건 결국 내가 나를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