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라는 선

no.08 내 운명을 내가 고를 수 있는 게 맞아?

by 남겨울

운명선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국어 선생님께서 손금을 봐주면서 알려주셨다.

그러니까, 나에게 운명선이 있다고 하셨다.

운명선이 있으면 어떻게 살아도 인생이 잘 풀릴 거라고.

잘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나는 그 말을 믿었나.

기분은 좋았지만 너무 믿진 말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운명이란 게 선 하나로 결정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평생의 발자취를 이어 보면 저 하늘에서 봤을 때 엉망으로 꼬인 선 하나뿐이긴 하겠다.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운명선은 활처럼 시원하게 뻗었는데, 정작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꼬일까.

자꾸만 방황하고, 조금 자리를 잡았다 싶으면 꼭 한 군데씩 아파 그만두게 되고.

끝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는 쉽지만

처음에서 시작해 끝까지 가려면 너무 오래 걸리는 삶.

운명선은 사실 지독한 운명을 점지하는 게 아니었을까.


선생님은 그때 이런 말씀도 하셨다.

운명선만 믿고 안일하게 살다가는 운명선이 점점 옅어질 거라고.

그러니 손금은 손금대로 보고, 열심히 잘 살아야 한다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운명선은 여전히 짙고 선명하다.

주변의 다른 손금들, 흔히 생명선이니 감정선이니 하는 것만큼이나 깊다.

내가 여태 잘 살아왔다는 반증인가.

아직 희망이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치열하게 살라는 압박인가.


가끔은 누군가 내 삶을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살다 보면, 언젠가 그 존재가 한 번은 나에게 말을 걸 것 같았다.

너 그렇게 살면 안 돼, 라거나 지금처럼만 부지런히 노력해, 같은 말을 건네기 위해.

그래서인지 아무도 날 보고 있지 않을 때조차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게 나를 움직이게 하지는 않았을지언정.


지금 다시 생각해 본다.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건 나의 운명일까.

내게 말을 건 존재는 내 운명을 내다본 미래의 나일까.

난 언제가 나의 발자취로 곧은 선을 그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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