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4 타인을 위한 노력과 나를 위한 노력
가능한 많은 사람을 이해하고 싶었다.
사랑이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고 믿었다.
이해만이 상대와 나를 함께 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는 날이 괴로웠다.
이해하지 못해서 그를 사랑할 수 없게 되고, 스스로를 원망하게 되는 게 싫었다.
좋아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나를 바꿔서라도,
내 생각과 취향과 습관을 바꿔서라도 이해하려 했다.
사랑이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가정부터 틀린 거였다.
필요한 건 이해가 아니라 인정이었는데.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그걸로 끝이다. 더 나아가 무언가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이해하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사랑이 옅어졌다.
그래서 난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너무 가까이서 보면 이해하고 싶어질 것 같아 거리를 두기로 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물론, 마지못해 미운 사람까지도.
그래, 너는 그런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야.
이해를 포기하는 순간, 그 인정이 오히려 상대와 나를 함께 살렸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이해를 포기했다.
더 오래 함께하기 위해 한 발자국 떨어졌을 뿐이다.
이건 사랑을 포기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