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있다는 말

no.13 그건 가장 안전한 마법의 주문이다

by 남겨울

친한 친구를 질투한 적이 있다.

처음 알게 된 중학생 때부터 그 애는 친구가 많았다.

항상 주변에 사람이 많았고 어딜 가도 이름이 불렸다.


처음에는 신기했고,

그다음엔 부러웠고,

마지막엔 질투했다.

순전히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했다.

혹은 당시 연예인들에게서 자주 언급되던

도화살이랄 게 그 애한테도 있다거나.


그 친구에게는 물론 누구에게도 티 내진 않았지만,

(최소한 나는 그러려고 노력했지만)

친구를 아끼고 자랑스러워하긴커녕

깎아내리고 질투하는 내 모습이 못 견디게 한심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성인이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그 애의 능력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그 애만큼 붙임성이 좋지도 않았고,

해맑게 웃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았다.


그걸 알았을 때 나는 오래 부끄러워야만 했다.

나는 친구를 무시한 걸로 모자라서

나를 객관적으로 마주하려 하지도 않았던 거니까.

그때부터 스스로를 가꿔보려 했던 것 같다.

다만 그건 나만의 방식이었다.

어느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닌.


내 장점을 찾고 싶었다.

마음에도 없으면서 붙임성이 좋은 척하고,

거짓으로 웃고, 억지로 긍정적일 자신은 없었다.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내가 나를 몰라서 한참을 헤맸던 것 같다.


마침내 나의 무기를 발견한 건 꽤 최근이다.

섬세함과 다정함도,

무심함과 냉정함도 아닌.

정확히 설명할 말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비슷한 말로는 포용력 정도가 있을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해주는 것.

붙임성이나 웃음, 긍정만큼 대단한 능력은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겐 그런 말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 말을 쉽게 내뱉을 수 있게 되기까지

나는 나름대로 많은 밤을 고민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이해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사실, 그 말은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필연적인 사실을 인정하기만 하면 됐다.


한때 질투했던 내 친구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사람도,

나와는 전혀 다른 타인이라는 그 단순한 사실.

나는 그걸 깨닫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다.


사람들로 가득한 출근길 지하철을 탈 때마다,

회사에서 답답하거나 짜증 나는 일이 생길 때마다,

하려던 일이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주문처럼, 혹은 부적처럼 속으로 같은 말을 되뇐다.

그럴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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