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2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어쩌면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드는 걸까,
건강한 마음에 건강한 몸이 따르는 걸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묻는 질문 같다.
정답이 없다.
둘 중 하나만 가능할 수도 없다.
고등학교 때 체육 선생님께서 수업 마무리마다 외치게 했던 구호가 있다.
건강한 몸, 건강한 마음.
우리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숨 쉬듯 빠르게 외치고서 교실로, 급식실로 달려가는 동안 이미 잊을 수 있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정신과에 방문하면 선생님들은 짠 듯이 같은 행동을 제안하신다.
커튼을 쳐봐요. 창문을 열어봐요.
처음에 나는 그 국소적인 행위가 어떤 소용을 가져올지 몰랐다.
오히려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햇볕 한 줄기에 밝아질 마음이 아니었으니까.
아침에 커튼을 치면, 손가락만 한 틈이라도 비집고 들어오는 빛이 있다.
내가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꽁꽁 숨더라도 반드시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듯이.
유한한 창문의 면적으로 들어오는 무한한 빛은 만물을 비춰도 부족하지 않았다.
창문을 열 수 있게 되면 다음은 현관문이다.
집 앞 편의점까지만, 분리수거장까지만 다녀와도 괜찮아요.
하다못해 한 걸음만에 다시 뒤돌아 들어가더라도.
유한한 한 걸음을 반기는 무한한 빛의 품 한가운데로 뛰어들어봐요.
그때, 무게가 없이도 포근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있어도 온기를 느꼈다.
여전히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마음 중
어떤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어느 하나라도 건강해지면
다른 하나도 필연적으로 건강해질 것을 안다.
커튼을 치고 창문을 열자.
다음은 현관문이다.
다음은, 내 발이 나아가는 모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