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소덕소덕" 스크립트
이번주는 저희가 야심차게 한달동안 준비한 듄 특집입니다. 준비를 엄청 했다기보단 소설 양이 많아서 그런거긴 하지만 여튼 오랜만에 기말레포트쓰는 심경으로 고생하긴 했습니다. 우선 아무래도 영화를 시작으로 관심이 생겼기 때문에 영화와 소설을 서로 비교하면서 진행하도록 할게요. (사실 영화 분량까지만 읽었거든요)
영화도 분량이 방대한 원작때문에 반으로 쪼갰습니다. 1권의 2/3 정도(전자책 기준 32챕터까지)가 파트원인데 그마저도 읽어보니 정치적인 부분과 세계관을 많이 생략했더라구요. 그래서 미리 세계관 요약 유튜브 영상(보통 10여분)을 보시길 추천드릴게요. SF나 판타지에 익숙하신 분들은 가이드영상 정도 보시면 따라가기 쉬울 겁니다. 소설은 뒷부분에 각주 겸 용어설명과 세계관 요약이 있으니 먼저 읽으시면 이해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드니 빌뢰브 감독 전작 <블레이드 러너 2049(2017)>나 <컨택트(2016)> 등과 SF장르를 다루는 방식이 비슷해서 이 영화도 많이 지루하고 어려웠다면 듄은 더 힘드실 수도 있겠어요. 다만 음악감독 한스 짐머가 듄 매니아라서 오에스티를 3장 만들 정도로 공을 들였고 계속 배경음악으로 나오니까 음악감상하는 마음으로 가셔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작소설의 작가 프랭크 허버트는 1920년 미국 워싱턴에서 태어나 기자생활을 하다가 40대 쯤부터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1965년에 듄을 연재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에 네뷸러상 수상, 1년 뒤에 휴고상을 수상하며 극찬을 받았고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4년에는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2000년에는 미국 Syfy사의 드라마 등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습니다. 1985년 마지막 시리즈인 듄의 신전이 발표되었고 다음 해에 사망했습니다.
듄의 시대적 배경은 10191년으로 인공지능 대 인간의 대전쟁(버틀레리안 지하드)을 치른 후라서 기계를 쓰긴 하지만 컴퓨터 이상의 전산은 정신력이 뛰어난 인간으로 대체한 세계입니다. 또 우주선이 있는 세계인데 우주 간 이동이 가능하게 하는 물질은 제목인 듄 즉 사막으로 이루어진 아라키스 행성에서 채취되는 ‘스파이스’라는 물질인데요, 정신력과 건강을 증진시키기도 하며 고가에 거래되는 물질입니다. 이 스파이스 채취는 하코넨 남작 가문에서 맡고 있었는데 황제는 나날이 인기가 높아져가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난처하게 만들기 위해 그곳을 대신 담당하게 합니다. 그리고 원래 아라키스에 살고있던 원주민 ‘프레멘’은 하코넨과 대립적인 관계이며 아트레이데스는 잘 지내보려고 하는 입장입니다.
레토 아트레이데스 공작의 아들이며 주인공인 ‘폴’의 어머니는 ‘베네 게세리트’입니다. 베네 게세리트는 메시아(퀴사츠 해더락)를 낳기 위해 몇 세대를 걸쳐 전략적으로 남편을 고르는 집단인데 여성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진실을 분별하거나 목소리로 남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등 마법적인 능력이 있습니다. 폴의 어머니 제시카는 원래 딸을 낳아야 되는데 거부했고 폴이 퀴사츠 헤더락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또 우주 간 이동을 관장하는 ‘우주조합’이 따로 있는데, 정리하자면 제국, 우주조합, 베네게세리트, 그 밖의 대소가문들이 서로 경쟁 또는 협력하게 되는 관계가 되는 거죠.
우선 소설의 내용이 더 많기 때문에 소설의 순서대로 설명을 할게요. 우선 소제목은 한권마다의 제목만 있고 챕터제목은 없으며 잘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역사서처럼 챕터 서두에 현제 황제 패디샤의 딸인 이룰란 공주가 쓴 글이 실려 있습니다. 물론 소설 내의 가상의 글(책)이죠. 분량은 많지만 구구절절 설명하는 문투는 아니고 반지의 제왕보다 읽기 쉽습니다. 영화에서 다룬 분량을 또 나눠보자면 4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부분은 칼라단, 두번째 부분은 아라키스, 세번째 부분은 사막에서의 도망, 네번째 부분은 프레멘과 만나는 내용입니다. 그 중에서 저는 레토가 죽기 전인 두번째 부분까지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첫 부분은 예고편 등에서 인상적으로 나오는 시험으로 시작하는데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폴의 어머니 제시카는 폴이 쿼사츠 헤더락인 것으로 의심되어 베네 게세리트의 상급자인 대모를 불러 폴을 시험하게 하고 폴은 무사히 통과합니다. 그래서 베네게세리트 혹은 그 이상의 능력자로서의 잠재성을 인정받게 됩니다. 저는 주인공 이름을 너무 심심하게 지은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영어로 생각하면 폴은 성경의 사도바울에서 온 이름이니까 메시아에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구나 싶더라구요. 각 권의 소제목을 보면 주인공이 어디까지 나아갈 지 예상이 됩니다.
그리고 소설이 영화와 크게 다른 부분은 정치적인 음모를 미리 보여줘서 독자가 이야기를 잘 따라갈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며 매우 매력적인 특징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안그래도 세계관이 복잡한데 많은 인물과 정치음해를 다 담을 수 없어 아트레이데스 주인공들의 시점을 따라가는 것을 택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복잡한 이야기를 음미하는 것은 글매체의 아주 크고 강한 특징이죠. 그래서 처음부터 하코넨 남작이 아트레이데스 공작을 공격할 것을 보여주고 영화 설명에도 나와있긴 합니다.
영화에서는 이런 알력다툼보다는 폴의 메시아적 특징에 집중해서 예지몽을 보여주는 데에 주력합니다. 아무래도 영상매체이니까 꿈을 표현하는 데에 더 효과적이니까요. 폴은 나중에 공작이 될 존재라서 여러가지 지식도 배우고 전투도 배우고 정치도 배우는데 아직은 연약한 소년입니다. 폴의 아버지 레토 공작은 매력적인 사람이지만 그래서 위험에 처하게 되고 황제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영화보다는 욕심이 있고 영리한 사람이긴 합니다.
이제 스파이스 사막 아라키스 행성에 도착한 아트레이데스 사람들은 예상한 것처럼 위협을 당해 배신자가 누구인지 서로 의심하며 지냅니다. 이 부분도 굉장히 재밌어요. 그리고 아라키스는 물이 너무 귀해서 특이한 형태로 살아가야 하는데 궁전 안에서 물을 펑펑 쓰는 자신들의 처지와 비교하며 폴은 이상한 기분을 느낍니다. 또 아라키스 사람들은 메시아 적 존재를 기다리며 제시카나 폴이 그런 존재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저 민족종교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맙니다. 레토는 어쨌든 아라키스에 왔으니 스파이스 채굴사업으로 경제적 이득도 얻고 원주민인 프레멘과도 잘 지내고 싶어 합니다.
영화에서는 크게 다룬 스파이스 채굴지 견학은 소설에서는 간단하게 다뤄집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폴이 쿼사츠 헤더락으로 얼마간 자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요 연출이 너무 잘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보통의 액션영화같은 다이나믹과는 조금 다르게 연출되었는데요 그런 부분이 드니 빌뢰브 감독의 호불보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잔잔한 다이나믹이랄까요 그런 연출 때문에 사운드나 캐릭터의 몰입도 등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하코넨 쪽의 음모를 눈치채고 제시카를 의심하는 척을 하기도 하고 아라키스에서 사업을 하는 외부인들도 모아 식사를 해서 어느 편인지 떠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는 다루지 않았는데요, 역시 소설을 읽는 맛이랄까요 권력관계나 음모를 하나 둘 따라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서로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을 지 의심하면서 긴장상태에서 식사를 하는데, 중간에 사건이 생겨 레토가 자리를 비우는 사이 폴은 호스트 역할을 하면서 미래의 공작 연습을 하게 되고 이 때부터 역습의 분위기가 시작됩니다. 하코넨과의 전투씬도 소설보다는 영화에서 더 극대화되었는데요 영화에서는 유에 박사의 아내가 하코넨에 잡혀있어 배신을 한 것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이미 아내는 하코넨에게 죽임을 당해 레토를 폭탄으로서 보내기 위해 배신을 한 것이고 그 작전을 위해 폴과 제시카는 살려 탈출시키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소설의 계획이 더 타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면 폴과 제시카를 살려줄만큼의 현실감각이나 마지막 양심이 있다면 죽었을 것이 뻔한 아내를 살리려고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지 않았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소설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폴과 제시카를 살려준 것은 약속때문만이 아니라 하코넨을 죽이지 못했을 경우 위협으로서 남겨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기억에서는 제국군임을 티내면서 하코넨과 같이 처들어온 것으로 연출되었는데요 소설에서는 하코넨 군복을 입고 처들어 옵니다. 이러한 소설이 과연 <왕좌의 게임>의 모티브구나 싶은 부분입니다.
스파이스, 우주조합 등의 세계관은 16~19세기 서양의 중상주의, 제국주의 등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국, 네덜란드 등이 인도의 향신료 무역으로 큰 이득을 챙기고 동인도회사를 설치한 것 말입니다. 또 대전쟁이나 베네 게세리트는 세계대전 시대의 민족주의를 떠올리게 하구요. 잘 읽어보면 이런 폭력적인 근대사상을 비판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적 스탠스를 띠고 있는 것을 느낄 수는 있지만 주인공이 서양인이고 피정복민은 이슬람 문화권을 떠올리게 묘사하고 있는 이상 불편함을 아예 못 느낄 수는 없겠더라구요. 빌뢰브의 영화에서 그래도 다양한 인종을 등장시키려고는 했지만 리더 프레멘인 스틸가는 스페인인인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를 했습니다. 이런 실망감을 빌뢰브 감독의 전작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도 1982년 원작 영화에서나 나올 속칭 '빻은' 감성을 가져온 것 같은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런 전세계 단위 블록버스터에서 70년 전에 만들어진 서양인 주인공이 신비로우면서 가난한 동양에 계피를 찾으러 군사를 끌고 오는 것에 감정이입하게 만들면 안되지 않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을 정신개조시켜 인간컴퓨터로서 사용하거나 배신하지 못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의심하는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마무리하려고 하는데요. 이 부분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고민은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 삶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된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고민입니다. 특히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지구평평설 같은 가짜뉴스도 많아지고 다시 혐오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상의 자유는 어디까지이며 우리는 기계, 엘리트, 민중 등 도대체 어디에 의지하며 살아야 되는 걸까 하는 고민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여러분을 현명하게 만들 '스파이스'는 어디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