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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피차 Jan 05. 2022

33: 픽사 <루카(2021)>

팟캐스트 "소덕소덕" 스크립트

이번주는 동화 특집의 동심을 뒤이은 픽사 특집입니다. 저는 이탈리아 해안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최신작 <루카>입니다. 남자아이 둘이 나오길래 형제 이야기 인가보다 하고 안보려고 했지만 바닷가 배경이 너무 예뻐서 보게 되었는데 괜찮았습니다. 둘이 형제도 아니었구요.


픽사 소개

픽사는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루카스필름의 컴퓨터그래픽 부서로 시작하여 1986년 스티브 잡스의 투자로 인해 “픽사”로 독립하게 되고 풀 그래픽인 첫 장편 애니메이션인 <토이스토리(1995)>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때부터 디즈니와 협업했고 2006년에는 아예 디즈니에 인수되었는데요 그럼에도 “픽사”라는 브랜드는 유지하게 됩니다. 디즈니가 서양 동화 위주로 다루는 반면 픽사는 도시 배경의 전설이나 판타지 등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아주 최근에는 두 군데 모두 제3세계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을 번갈아 가며 제작하고 있습니다. 픽사의 경우 2012년 <메리다와 마법의 숲>(북유럽)을 시작으로 <코코(2017)>(멕시코), <소울(2020>(미국 흑인 재즈) 등 지역색이 강한 작품을 냈습니다.


줄거리

이탈리아 리비에라 해변에 살고 있는 소년 인어 ‘루카’와 이미 인간세상에 돌아다니고 있는 인어 ‘알베르토’는 베스파 스쿠터를 얻기 위해 ‘포르토로소’대회 상금을 노리며 마을에 들어섭니다. 일진같은 ‘에르콜테’에게 놀림받는 소녀 ‘줄리아’와 함께 셋은 힘을 합쳐 대회를 준비하기로 하고 줄리아의 집에 지내며 아버지 ‘마시모’의 어업을 도와주며 지냅니다. 포르토로소 대회는 수영, 파스타 먹기, 자전거로 언덕 돌기 등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있고 1~3명이 한 팀으로 참가할 수 있으며 1등에게 상금이 있습니다.


인어 설정

물고기인간이라고 하면 인어공주처럼 하반신이 물고기이던가 셰이프 오브 워터 처럼 온몸이 비늘로 덮이고 물고기 얼굴을 한 인간을 떠올리기 마련이죠. 그래서 어떻게 인어를 그려냈을까 궁금했는데 몸통은 긴 꼬리를 가진 도마뱀같은 형태이고 머리카락을 둥근 지느러미 뭉텡이로 표현한 것이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바다속에서는 물고기를 양치기하는 것이 직업입니다. 물고기인간이 물고기를 기른다는게 좀 이상하겐 하지만 물고기 이름이 ‘카테리나’ 등 서양중세사 시간에나 익숙했던 이탈리아 인명으로 등장하는 순간 귀여워서 갑자기 납득하게 되더라구요.

사실 바다속은 기대만큼 표현되진 않지만 이런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낯선 경험을 처음 해보는 어린이의 설레는 마음 & 금지된 일을 하고는 발각되는 상상

인어인 루카는 물밖에 나가면 인간이 되는데 가족들은 그것을 금지시킵니다. 왜냐면 어업을 주로하는 라비에라 사람들은 인어의 존재를 두려워 해 죽이려고 하기 때문이죠. 현상금까지 걸려있습니다. 그런데 인간 모습을 한 동안 물에 묻으면 그 부분이 다시 인어로 돌아가게 됩니다. 루카는 물 밖의 세상에서 신나게 돌아다니면서도 부모님에게 들키거나 인간들에게 들키는 장면을 꿈으로 꾸기도 합니다. 이런 장면들이 부모님 몰래 일탈을 하며 재미를 느끼면서도 들킬까봐 조마조마했던 어렸을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흥미롭다라구요. 그 기분? 을 너무 잘 표현한 것 같아요. 꿈에서 깨는 타이밍까지!


이탈리아 배경 묘사

생각해보면 유럽임에도 이탈리아 배경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많이 접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이유도 있었는데 그러나 다른 3세계나 잘 다뤄지지않아왔던 지역을 다뤘던 메이져 애니메이션들과 비교할 때 이탈리아 문화를 너무 자세하게 다뤄서 많이 놀라웠고 배신감이 컸습니다. <소덕소덕>2화에서도 다뤘던 동남아 배경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과 비교하면 더더욱요.   

바다(전설)

동북아도 바다를 넓게 접하고 있는데도 뭔가 바다에 관한 전설은 유럽 쪽 전설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먼 바다까지 나가서 생선을 잡는 원양어업을 서양이 먼저 시작해서가 아닐까 싶은데요, 바다 괴물에 관한 전설이 조각, 그림 등으로 표현된 부분이 재밌었습니다. 특히 루카의 큰 아버지가 심해어인데 마을에 현상금 포스터의 주인공으로 그려져 있어서 심해공포영화 포스터의 패러디같은 느낌을 준 것이 신선했습니다.   

베스파(오토바이)

베스파는 피아지오 그룹이 1946년에 만든 스쿠터 브랜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쯤엔가 스쿠터가 유행했을 때 드라마 등에서 베스파 스쿠터가 많이 등장했었죠. 어렸을 때는 자전거나 자동차, 롤러브레이드 등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이 많잖아요. 그런게 생각나기도 해서 뭉클하기도 하고 베스파는 언제봐도 예쁘더라구요.   

어두운 머리색과 곱슬머리

그냥 비주얼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유럽인종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누면 모색이 밝고 직모인 키카 큰 북방계와 모색이 짙고 곱슬이며 키가 작은 남방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인은 남방계에 가깝고 그리스나 로마 배경의 영화를 보면 이러한 외모를 주로 지닌 배우들이 많이 나왔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북유럽 배경의 <겨울왕국>만 생각해도 헤어스타일이 많이 다르죠.   

파스타 (종류)


타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흔한 통로 중 하나는 아마 음식일 겁니다.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와 피자가 생각나는데 파스타 먹기가 대회 코스가 되면서 여러 종류의 파스타를 포크로 잘 집어서 먹는 방법을 훈련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주 빠르게 지나가긴 하지만 다른 애니메이션에서는 특정 지역 문화를 이렇게까지 설명해주지 않았는데 이제는 거의 인터내셔널 푸드가 된 파스타 설명을 이렇게 공들이다니 좀 실망이 컸습니다.   

많이 인용되는 이탈리아어

음식과 더불어 언어도 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죠. 특히 <기생충>이 국제적으로 큰 인기를 얻을 때 미국인들이 자막읽기를 싫어하는데 그 단점도 넘어섰다는 점이 회자됐었죠. 그런 이유인지 3세계 언어는 정말정말 언급이 되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이탈리아어가 꽤 자주 나옵니다. 유명한 유럽 영화가 나오면 곧바로 영어로 된 할리우드 영화가 나오는 걸 보면 미국인들은 유럽어 자막도 못견디는 건가 싶어서 괜히 심술이 났는데 유럽 배경 메이져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쉽게 원어를 쓰는 걸 보니 노비가 양반 걱정을 다 해줬구나 싶어서 더 심술이 나네요.

얼마전 개봉한 마블의 <이터널스>에서는 3세계 히어로들이 나오고 BTS를 언급하는 대사와 노래도 나오는데 대형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도 <루카>만큼 그 지역 문화를 잘 다루는 작품이 빠른 시일 내에 나왔으면 좋겠네요.


형제가 아닌 이들과 이루는 새로운 가족의 이야기는 지금에야 많아졌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장 큰 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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