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리어카 말타기

추억의 만화 주제가와 함께

by 은하

몇 주 전 어머니와 들렸던 수국 축제장에서 반가운 물건을 보았다.


바로 리어카 말타기.


정말 나보다 이 말타기를 많이 탄 사람이 있을까 할 정도로 나에겐 추억의 물건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미용실을 하셔서 어디에 잘 놀러 가지도 못한 나는 이 말타기 아저씨가 오시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집 앞에서 이 말타기를 타면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이 나의 어린 시절의 제일 큰 낙이었다. 크게 무섭지도 않고 집 바로 앞에서 즐기는 최고의 유흥거리였다. 우리 미용실 오른쪽은 중국집이었다. 그 집에 나보다 두 살 정도 어린 여자아이와 더 어린 남동생이 있었다. 우리 미용실 왼쪽에는 이발소가 있었고 그 집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와 나와 동갑인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건너편 건물에 슈퍼마켓을 하는 집에는 딸이 셋이었는데 막내가 나와 동갑이었다. 동내에 이 리어카를 끌고 돌아다니시는 아저씨는 한 달에 두어 번 우리 집 앞에 이 리어카를 두고 한참을 계셨다. 그러면 그 건물에 있던 나와 중국집 여자아이, 이발소 집 남자아이와 슈퍼마켓의 여자아이가 동시에 우르르 나와서 말타기를 탔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이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는 사이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 말타기를 탈 때만큼은 서로가 제일 친한 친구가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말타기에는 추억의 만화 주제가가 따라온다. 지금도 따라 부르라면 부르 수 있을 정도이다. 꼬마자동차 붕붕, 개구리 왕눈이, 메칸더 브이, 모래요정 바람돌이, 미래소년 코난, 빨강머리 앤, 요술공주 밍키, 이상한 나라의 폴, 우주 보안관 장고, 은하철도 999, 호호 아줌마 등등의 만화 주제가가 메들리로 나왔다. 평소에는 만화를 보면서 주제가를 열심히 부르고 외운다. 말타기를 하면서 신나게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말타기를 탈 수 없는 몸무게가 되어서 너무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어머니께 이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추억의 놀거리였다고 말하니 어머니께서는 말타기 리어카 때문에 놀랐었던 이야기를 해 주셨다.


미용실을 확장해서 이사한 곳에서도 역시 다른 말타기 아저씨가 계셨다. 난 이미 많이 커버렸고 그 아저씨에게는 내 동생이 단골손님이 되었다. 어느 날 오전에 말타기 아저씨가 우리 미용실에 왔었다. 나는 등교를 하였고 아버지는 일을 하러 나가셨다. 어머니는 말타기 아저씨에게 동생을 맡기며 미용실로 가셨다. 한참을 일을 하고 있는데 동생이 안 들어와서 나가보니 아저씨도 리어카도 동생도 모두 없어져버린 것이었다. 어머니는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어서 동내에 리어카 아저씨와 동생을 찾으려 여기저기 수소문하러 다니셨다. 딸아이를 납치한 것인가? 아이를 내려 줬는데 동생이 다른 곳으로 놀러를 가버린 것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셨다고.

그러고는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미용실 앞으로 왔는데 거기에 리어카와 아저씨와 아직도 말을 타고 있는 동생이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어디 갔다 오셨냐고 하니 아저씨께서는 시간이 다 되어서 아이를 내려주려고 하니 하도 안 내리려고 해서 동내 한 바퀴를 돌아서 왔다고 하셨다. 이미 우리 집 아이인걸 아시는 상태였고 바쁜 어머니로부터 아이를 더 돌봐 주어야겠다는 의도였다고 했다. 너무 놀라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고 하셨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에 이런 리어카 말타기가 없을 것이다. 특히 내 동생과 같은 일이 있으면 정말 신문에 날 정도로 큰 사건이 되었을 것이다. 그땐 정말 이웃집 아이가 우리 아이였고 동내 골목에 있는 집들이 모두 하는 공동 육아였고 서로 믿고 지내는 시절이었는데 말이다. 축제장에 리어카 말타기를 보면서 어머니와 함께 같지만 또 다른 추억을 이야기하는 소중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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