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한 새벽, 안개 속 커피 한 잔
다시 움직이는 바퀴, 마음도 함께 달린다.
한동안 캠핑카를 세워두다가 3월 1일 연휴를 맞아 다시 꺼냈다. 가족 구성원은 평소처럼 어머님을 포함한 여섯 식구. 사실 캠핑카를 구입한 가장 큰 이유도 어머님과의 여행을 위함이었으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언제나 함께한다.
이번 목적지는 거제도. 여러 번 가본 곳이지만, 늘 익숙한 곳만 다녔기에 이번엔 안 가본 장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장인·장모님과 함께할 미래 여행을 미리 답사하는 의미도 있었고, 우리 가족끼리는 조금 불편해도 괜찮지만 다른 분들과 함께할 땐 좀 더 신중하게 골라야 하니까.
아이들은 잠들고, 나는 밤을 달렸다.
늘 그렇듯 나는 퇴근 후, 가족은 교회 금요예배를 마치고 돌아온 후 짐을 챙겼다. 그렇게 밤 12시 무렵 출발. 캠핑카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짐을 복잡하게 꾸릴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옷가지 몇 개만 챙기고 차만 타면 되니, 준비는 단순하고 가볍지만 그만큼 여행은 더 여유롭고 즐거워진다.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는 챗지피티가 추천해준 사곡해수욕장이었다. 아이들은 캠핑카 뒷자리에서 TV를 보다가 게임도 하다가, 휴게소에서 간식 먹은 뒤 잠들었고, 아내는 조수석에서 “함께 가요~” 하더니 이내 꿈나라. 나만 혼자 운전대를 잡고 바퀴를 굴렸다. 항상 그렇듯 조사한 것과 실제는 다르지만, 기대를 품고 캠핑카를 몰았다. 오랜만의 출정이라 피곤함도 잊고, 단숨에 3시간을 달려 새벽 3시경 도착했다.
고요함 속에 새벽이 내려앉았다.
어두컴컴한 해변 초입. 과연 여기가 차박지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늘 새벽에 도착하는 탓에 주위 상황은 어림짐작만 해야 한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해변 가까이 공중화장실 주변으로 차박하시는 분들이 모여 있었고, 안쪽 깊숙한 곳엔 캠핑카가 한 대 있었다. 우리는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사곡해수욕장에 도착하자 고요함이 먼저 느껴졌다. 아직 어두운 가운데 요트들이 조용히 정박해 있었고, 알고 보니 그곳은 요트장이었다. 새벽 특유의 정적과 낯선 풍경이 묘하게 어울려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해서 차 안에서 잤고, 7시쯤 아이들을 깨웠다.
모든 게 흐릿한 그 아침, 마음만은 선명했다.
아침이 되자 해변엔 안개가 자욱했다. 호수나 강이 아닌 바다 위에 그렇게 자욱하게 낀 안개는 처음이었다. 새벽에 보았던 차박 차량들에서도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대부분은 연세 있는 어르신들이었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지만 모두 맨발로 해변을 걷고 있었다. 아침 해변 산책을 즐기는 그 풍경이 참 인상 깊었다.
한 잔의 커피, 그리고 예기치 못한 손님.
아침은 언제나처럼 캠핑카에서 간단히 해결했다. 나는 따뜻한 믹스커피와 캠핑의자를 들고 아들과 함께 해변으로 나가 자리를 잡았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눈앞에 감성돔 한 마리가 유유히 다가왔다. 사람을 보면 도망가기 마련인데, 오히려 가까이 오는 것이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감성돔 낚시로 유명한 곳이었다. 아들은 막내를 불러 같이 구경했고, 지나가던 아주머니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트를 타고 지나가던 한 아저씨가 "내가 잡아줄까?" 하며 투망을 던지려 했다. 단 한 마리만 있는 걸 보고는 "아깝다" 하시며 다른 곳으로 갔다가, 잠시 후 감성돔 두 마리를 던져주셨다. "할머니한테 맛있게 구워 달라 하라"며 웃으시며 가셨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이들도 살아 있는 생선을 냉동실에 넣는다고 호들갑이었지만,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와 구워 먹었는데… 솔직히 맛은 기대보다 덜했다. 요리를 잘못했나 보다.
다음을 위해 정리, 그리고 이동
비 오기 전, 다음 바퀴를 굴리기 위해.
오후에 비 소식이 있어서 계획을 조정했다. 오전에는 야외를 즐기고, 오후에는 실내로 들어가도록 동선을 짜두었기에 사곡해수욕장에서의 캠핑을 마무리하고 자리를 정리한 뒤 출발했다.
이 모든 순간이, 여행의 첫날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조용한 새벽의 도착, 안개 낀 아침 바다, 커피 한 잔과의 대화, 그리고 감성돔.
이 모든 순간이 합쳐져 잊을 수 없는 여행의 첫날이 되었다.
이제 거제의 다음 장소로 향한다. 우리 가족만의 여행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