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 대신 오르막, 정글짐, 양, 토끼, 비, 캠핑카 점심
흐림과 비 예보 사이, 걷기로 한 선택
사곡해수욕장에서의 아침을 마치고 우리 가족 여섯은 숲소리 공원으로 향했다. GPT가 추천한 코스 중 하나였고, 흐린 날씨와 오후의 비 예보를 고려해 야외 산책이 가능한 오전에 먼저 들르기로 결정한 곳이다. 우리 가족은 걷는 걸 좋아한다. 특히 어머님까지 함께하는 여정은 언제나 소중하다.
오전 11시쯤 도착했을 때, 이미 방문객이 꽤 많았다. 캠핑카 여행에서 가장 긴장되는 건 주차인데, 다행히 대형 주차구역이 있어 당당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가히 예술. 그 어떤 식당뷰, 카페뷰도 부럽지 않았다. 이 맛에 캠핑카 여행하는 거 아니겠는가?
우리는 걷는 가족입니다
숲소리 공원은 정상까지 모노레일과 도보 두 가지 길이 있다. 하지만 모노레일은 예약이 대부분 마감되어 있었고, 우리는 당연하게 걷기로 했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기다리는 것보다 내 걸음으로 오르는 게 더 자유롭다. 카페에 앉아 모노레일을 기다리는 분들을 지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 좋은 길을 저렇게 올라가야 할까?"
비슷한 구조였던 예천 곤충생태원에선 모노레일을 탔었지만 이번엔 거리가 짧았기에 오히려 걷는 것이 정답이었다. 심장은 조금 터질 뻔했지만.
경사는 꽤 심했다. 유모차를 끄는 가족들이 특히 힘들어 보였다. 나도 예전에, 하나가 2살이었고 하율이가 뱃속에 있었을 때 영주 부석사 오르막길을 유모차로 밀고 올라갔던 기억이 났다. 그때 정말 땀을 뻘뻘 흘렸었지. 이런 기억 하나하나가 오늘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
그리고 커져버린 아이
경사가 끝나는 지점에 평지가 보였다. “아~ 드디어 정상!” 아이들은 환호하며 달려갔다. 하지만 거기는 정상도, 전망대도 아닌… 놀이터였다. 그리고 그 놀이터엔 내가 본 것 중 가장 거대한 정글짐이 있었다.
저학년 정도면 충분히 신나게 놀 공간이었지만 우리 하나는 졸업생.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보니 어쩐지 망설이는 눈빛이었다. 그래도 내가 말해줬다.
“아직 입학 전이잖아. 아직은 초등이야.”
그 말에 그녀는 환하게 웃고, 정글짐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되뇌었다. “우리 하나, 이제 많이 컸구나…”
놀이터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진짜 정상. 그곳엔 양과 토끼가 있었다. 먹이 체험은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볏짚과 당근을 받아서 줄 수 있는 구조였다.
우리 가족에겐 "용돈의 50%는 체험비 자부담"이라는 원칙이 있다. 그래서 아무거나 쉽게 “해달라” 하진 않는다. 하연이는 신나게 달려가 먹이를 주었고, 하나는 “이건 많이 해봐서 시시해~” 하며 거리를 두었고, 하율이는… 역시나 절약 모드. 대신 주변에서 떨어진 당근 조각들을 주워다 주며 “이게 더 많아요”라며 껄껄 웃었다.
“먹이 체험의 달인들은, 안 사요. 버려진 게 더 많거든요.”
이 말이 오늘 최고의 명언이었다.
문득 오래전 태기산 동물농장이 떠올랐다. 그때 4살이던 하율이가 양에게 먹이를 뺏기고 화를 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찍어둔 동영상은 지금도 가족의 보물이 되어 있다.
우리에겐 늘 드라마가 있다
놀이터 옆 평상에 앉아 풍경을 즐기고 있을 때 비가 똑똑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산하자~~~!” 그 말에 우리는 하산을 시작했지만… 예상대로 일이 생겼다.
대부분은 올라온 길로 내려가는데 우리는 어머님의 “좀 더 걷자”는 말에 다른 길로 향했다. 하연이는 혼자 놀이터 방향, 우리가 내려가는 길은 주차장 방향. 처음엔 만나겠지 싶었지만, 점점 갈라지는 길. 결국 와이프가 다시 정상까지 올라가 하연이를 데려왔다.
그 사이 비는 점점 강해졌고, 우리는 돌아 돌아 30분 넘게 걸려 내려왔다. 하지만 괜찮다. 우리 가족은 우중산책 베테랑이다.
빗속의 점심, 창밖의 예술
주차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차가 절반 이하로 줄어 있었다. 비는 제법 강하게 내렸지만 우리에겐 바퀴 달린 집, 캠핑카가 있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따뜻한 물로 씻고,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우리는 가장 멋진 뷰 속에서 점심을 해먹었다.
다음 여행지를 살펴보며 창밖의 풍경과 뜨거운 국물이, 하루의 마무리를 고요하고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우중산책, 웃음, 양, 그리고 차 안 창밖 풍경. 우리는 그 풍경을 보며 따뜻한 국과 함께 가장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