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돔, 새둥지, 폭우, 시장, 길치 구조, 다포항
실내로 피신하며 찾은 또 하나의 세계
숲소리 공원에서의 산책과 점심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도 빗줄기가 굵게 내렸다. 오후에는 실외 관광이 어렵겠다 판단하고, GPT가 추천했던 실내 관광지 중 하나인 거제 식물원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전시 공간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거대한 유리 돔 형태의 실내 식물원, ‘거제 정글돔’ 이 유명하다고 했다. 비가 오는 날, 아이들과 산책 대신 새로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장소였다.
캠핑카 여행자의 시련과 기막힌 행운
식물원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몰려드는 차량과 복잡한 진입로. 주차 안내원은 계속 안으로 들어가라고만 했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캠핑카가 얼마나 큰 줄 모르고 저 좁은 데로 보내나…’
대형버스 전용 주차장에 일반 승용차들이 자리 잡은 모습에 화가 났지만, 줄줄이 따라 들어오는 차량들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안으로 안으로… 그렇게 한참을 돌다가 우연히 어떤 관광객이 알려줬다.
“건물 뒤로 더 가면 넓은 주차장 있어요.”
믿기 힘들 정도로 넓고 한적한 공간. 아마 안내원도 처음부터 이곳을 말하려던 것 같았다.
‘캠핑카에게는 딱 맞는 공간’이었다.
거대한 우주선을 향한 가족의 발걸음
기분 좋게 주차를 마치고, 우산 없이 아이들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비는 거의 멎었고, 식물원 입구까지의 5분 산책도 나쁘지 않았다. 멀리서부터 커다랗게 보이던 정글돔은 진짜 거대한 유리 우주선 같았고,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매표를 마치고 전시물을 구경하며 정글돔 쪽으로 걸어가던 중 빗줄기가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주저 없이 정글돔 내부로 들어섰다.
천장과 인파, 포토존까지 압도되는 순간들
정글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두 가지에 압도당했다. 하나는 엄청나게 높고 넓은 천장과 구조. 또 하나는 엄청나게 많은 인파. 공간은 광활하지만 통로는 좁았고, 사람들 틈에 끼어 “수동 무빙워크”처럼 앞으로 밀려갔다.
포토존 대기 줄과 패스 줄이 나뉘고, 대형 새둥지 포토존은 필수 코스였다. 우리 가족도 30분을 기다려 드디어 새둥지에 도착. 6인 가족이 들어가도 넉넉할 만큼의 대형 공간이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줄 없는 자유, 그리고 세상에 대한 경이
포토존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인 자유관람. 엄청난 인공 폭포, 다양한 테마 공간들, 마지막엔 정글 같은 미로형 숲이 나왔다. 전국의 식물원을 많이 다녀봤지만 여기서 처음 보는 식물들이 많았다.
“세상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으로 가득하구나.”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 보며 느낄 수 있는 공간. 정글돔 안에서 보낸 시간은 약 1시간 10분. 꽉 찼다. 풍성했다.
비를 피해 멍을 때리며 다음 여정을 그리다
밖으로 나왔을 때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실외 전시를 다 둘러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우리는 식물문화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님께서 기대하셨던 식물 판매 코너는 흥미 밖의 식물들뿐. 그래서 드물게 카페 호사를 누리기로 했다.
보통은 “카페는 한 끼 식사값”이라며 잘 가지 않지만, 오늘은 예외. 가격도 저렴했고, 비가 잦아들 때까지 조용히 앉았다. 나는 멍을 때리며 창밖의 빗줄기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여행을 즐기는 입장이 아니다. 나는 아빠 여행사의 대표니까. 이제 다음 여정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폭우 속 시장 장보기와 구조 요청, 그리고 따뜻한 캠핑카
거제 식물원에서 15분쯤 이동하면 거제도 최대 규모의 고현시장에 도착한다. 예상대로 주차는 어려웠고,
결국 어머님과 아내를 시장 근처에 내려드리고 나는 캠핑카를 몰고 근처를 계속 돌며 대기했다.
그 사이, 비는 폭우로 바뀌었고…
문제는, 아내가 내려준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길치 와이프. 폭우 속 미아 발생.
다행히 위치추적 앱을 통해 아내의 위치를 확인하며 통화로 “오른쪽! 아니 왼쪽!” 하며 구조에 성공했다.
그리고 두 분은 잔뜩 장을 봐서 돌아오셨다.
그 사이 아이들은? 캠핑카 안에서 따뜻하게 TV 보며 쉬고 있었다. 비가 오던, 바람이 불던... 뭔 상관?
시끌벅적한 풍경 속, 조용한 우리의 피날레
고현시장에서 다포항까지는 약 40분 거리. 이동 중 아이들은 잠들고, 어머님은 누우셨다.
오후 7시 30분경 다포항 도착. 도착하자마자 느껴진 분위기는 사곡해수욕장과 완전히 달랐다.
캠핑카와 카라반, 음악, 춤, 웃음소리. 마치 야외 클럽 같은 열기. 우리는 조용히 한 자리를 찾아 정박하고, 고현시장에서 사 온 음식들로 따뜻한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도, 우리는 바퀴를 굴렸다. 비가 와도, 길을 잃어도, 식구들과 함께라면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