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사곡, 캠핑카, 하마, 슈빌, 케이블카
강풍 속 결정 흔들리던 마음, 사천 아쿠아리움으로 향하다
전날 저녁부터 스마트폰에는 계속 강풍주의보 문자가 날아왔다. 거제도 동해안 쪽은 태풍급 돌풍이라 불릴 만큼 거셌고, 캠핑카 안에서 차체가 흔들릴 정도였다. 차 안에 누워 빗소리를 들으며 힐링하는 듯했지만, ‘아빠여행사 대표’인 내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강풍에 비까지 오는 날씨… 계획했던 동해안 코스는 결국 취소하고 우리는 다시 첫날 묵었던 사곡해수욕장으로 되돌아갔다. 아침이 되자 ‘이대로 집에 갈까…?’ 하는 고민도 들었지만, 여기서 끝내기엔 너무 아쉬운 마음이 컸다.
다시 검색에 들어갔다. 조건은 간단했지만 까다로웠다. 집 가는 길목일 것, 실내일 것,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일 것. 고민 끝에 딱 맞는 곳이 떠올랐다. 바로 ‘사천 아라마루 아쿠아리움’. 사실 입장료는 우리 가족 여섯 명 기준으로 꽤 부담스러웠다. 이번 여행의 전체 경비 중 2/3 정도나 될 만큼 비쌌지만, 아이들이 본 유튜브 영상 속 하마가 수영하는 장면은 우리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하마가 물속을 헤엄쳐?" 그 모습 하나 보려고 우린 사천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그렇게 정해졌다.
캠핑카는 횡풍에 약하다, 조심조심 달려 도착한 아쿠아리움
사천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캠핑카는 박스형 캐빈이라 횡풍에 정말 취약하다. 도로 위에서 돌풍이 불면 차가 옆으로 휘청거릴 정도. 게다가 빗길이라 더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안전하게, 천천히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30분쯤.
늦은 아침을 먹은 상태라 점심은 생략하기로 하고, 그대로 아쿠아리움이 있는 초양도로 향했다. 거제도를 빠져나오자 바람이 확연히 달라졌다. 통영을 지나 사천으로 들어서니, 불던 바람은 점점 잦아들었고, 하늘도 조금은 밝아졌다.
주차장은 버스, 대형, 승용 구분도 명확했고 규모도 크고 깔끔했다. 그리고 케이블카도 다행히 운행 중이었다. 우리 가족, 또 운이 좋았다.
엄마는 고개를 숙이고, 아이들은 “우와아~!”
이곳은 아쿠아리움과 동물원, 놀이공원이 함께 조성된 초양도라는 섬에 위치해 있다. 초양도로 들어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다리를 건너 차로 직접 진입하는 방법,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사천 바다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다. 다만 섬 내부의 주차 공간이 매우 협소해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케이블카나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케이블카 승차장으로 향했다.
초양도로 이동하기 위해 사천 바다 케이블카를 탔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과 일반 캐빈 중 와이프의 고소공포증 때문에 일반 캐빈을 선택했다. 출발하자마자 반응이 극과 극. 와이프는 무서워서 바닥에 앉아 고개를 숙였고, 아이들은 "와~ 바다 다 보여요!" 하고 창밖 풍경에 감탄했다. 케이블카는 여수보다 훨씬 길었고, 대기 없이 바로 탑승한 것도 만족스러웠다. 초양도에 가까워질수록 대관람차, 놀이공원, 동물원 등이 한눈에 들어왔고, 우린 "돈 안 내고 다 보이네~" 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하마의 빈자리, 슈빌이 채우다
아쿠아리움에 들어서자 처음 인상은 "와, 신생답다!" 시설도 새롭고 물비린내도 없었고, 어류들도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아쿠아리움 매니아로선 작은 수족관이나 어항 쪽은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집 어항보다 못한 느낌의 연출도 있었으니까. 그래도 다 괜찮았다. 왜냐면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 수영하는 하마를 보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3시. 하마는 3시부터 ‘휴식’ 시간이었다. 그 전에 수영을 즐기고, 이 시간에는 수조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하마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하필이면 쉬는 시간이야…ㅠㅠ" 조금 아쉬웠지만, 그 빈자리를 메워준 건 바로 ‘슈빌’이었다.
새처럼 생긴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고, 사람들이 그 앞에서 인증샷을 찍길래 우리도 다가갔다. "정말 잘 만들었다. 요즘 조형물 퀄리티 좋네." 그런데… 그게 진짜 살아있는 새였다. 움직임이 전혀 없고, 조각처럼 서 있던 ‘슈빌’. 순간 너무 놀라고, 신기해서 우리 가족은 그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하마를 못 본 아쉬움을 슈빌이 완전히 날려버렸다. 아이들도, 어머님도, 모두가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비 오는 날의 케이블카, 휴게소에서의 저녁, 그리고 무사히 돌아온 집
아쿠아리움 외부에는 동물원, 놀이공원, 식물원까지 별도로 구성돼 있었지만,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복귀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섰다.
아이들은 “아빠, 여름쯤에 다시 올래요!” 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쿠아리움에서 들은 말에 따르면 여름쯤 전시 공간이 확장될 예정이라고 했다.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보기 힘든 동물들이 들어올 계획이라는 얘기에 아이들은 금세 설렘을 보였다. 하마는 쉬는 시간에만 봤지만, 다음에는 꼭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저녁은 사천에서 외식하려 했지만, 전날 마트에서 사둔 반찬들이 남아 있었기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히 차려 먹기로 했다. 차 안은 따뜻했고, 익숙한 조리기구와 반찬들이 오히려 집보다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식사 후 조용히 잠들었고, 나는 밤길을 조심조심 달렸다. 차 안은 고요했지만, 마음속엔 이번 여행의 장면들이 조용히 정리되고 있었다. 비도 맞았고, 계획도 여러 번 틀어졌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았지만… 함께였기에 즐거웠고, 무사히 돌아왔기에 감사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