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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포뇨 Apr 26. 2023

[미국 교환일기] 00 본인 24살에 뭐 하셨어요?

저요? 미국에서 살아남기 찍었습니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캡처



Q. 본인 24살에 뭐 하셨어요?

A. 저요? 미국에서 살아남기 찍었습니다.



 누군가가 내게 24살을 어떻게 보냈냐 묻는다면, 나는 고민 없이 할 수 있는 대답이 있다. '미국에서 1년 동안 살았다.' 2021년 12월 28일 오후 비행기로 미국 샌디에이고에 도착한 나는 2022년 12월 27일 아침에 샌디에이고를 떠났다. 정확히 365일을 미국에서 보낸 것이다.



(좌) 샌디에이고와의 첫 만남  (우) 샌디에이고의 마지막 모습



 우여곡절이 많은 1년이었다. '코로나 시국'에 출국을 한다는 것부터가 긴장되는 출발이었고, 시차 17시간의 장거리 연애에 지쳐 한국에 있던 당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교환학생이니 부담 없이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년 내내 달러 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교내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심지어 6월 초 봄 쿼터가 끝나며 기숙사 퇴소를 하니 긴 여름 방학을 보낼 집이 없었다. 하루아침에 영락없는 홈리스 처지가 된 것이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보낸 1년이 상상했던 것만큼의 꽃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나는 나의 작년에 자부심을 느낀다. 돈을 아끼려고 비행기로 2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를 10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이동했던 작년이 그립다. 친구들 8명이서 차 두 대를 빌려 10일간 미서부 로드트립을 떠났던 작년이 지난 그 어떤 순간보다 소중하다. 통장에 $1밖에 없어 하루 종일 에너지 바 두 개로 버텼던 작년은,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속 깊은 곳부터 행복해진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젊음을 즐겼음을 스스로가 알기에 큰 후회가 없다. 나의 24살을 무모하기에 찬란했던 시간들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단 점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그날의 나를, 두려울 것 하나 없었던 나의 도전을, 아픔과 위로를 수도 없이 겪었던 나의 젊음을 복기하려고 한다. 동시에 내 기록이 미국 교환학생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2022년 12월 26일, 샌디에이고에서의 마지막 선셋과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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