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미국에서 살아남기 찍었습니다.
Q. 본인 24살에 뭐 하셨어요?
A. 저요? 미국에서 살아남기 찍었습니다.
누군가가 내게 24살을 어떻게 보냈냐 묻는다면, 나는 고민 없이 할 수 있는 대답이 있다. '미국에서 1년 동안 살았다.' 2021년 12월 28일 오후 비행기로 미국 샌디에이고에 도착한 나는 2022년 12월 27일 아침에 샌디에이고를 떠났다. 정확히 365일을 미국에서 보낸 것이다.
우여곡절이 많은 1년이었다. '코로나 시국'에 출국을 한다는 것부터가 긴장되는 출발이었고, 시차 17시간의 장거리 연애에 지쳐 한국에 있던 당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교환학생이니 부담 없이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년 내내 달러 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교내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심지어 6월 초 봄 쿼터가 끝나며 기숙사 퇴소를 하니 긴 여름 방학을 보낼 집이 없었다. 하루아침에 영락없는 홈리스 처지가 된 것이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보낸 1년이 상상했던 것만큼의 꽃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나는 나의 작년에 자부심을 느낀다. 돈을 아끼려고 비행기로 2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를 10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이동했던 작년이 그립다. 친구들 8명이서 차 두 대를 빌려 10일간 미서부 로드트립을 떠났던 작년이 지난 그 어떤 순간보다 소중하다. 통장에 $1밖에 없어 하루 종일 에너지 바 두 개로 버텼던 작년은,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속 깊은 곳부터 행복해진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젊음을 즐겼음을 스스로가 알기에 큰 후회가 없다. 나의 24살을 무모하기에 찬란했던 시간들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단 점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그날의 나를, 두려울 것 하나 없었던 나의 도전을, 아픔과 위로를 수도 없이 겪었던 나의 젊음을 복기하려고 한다. 동시에 내 기록이 미국 교환학생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