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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유니버스 Nov 22. 2023

균형있는 건 어려워

좌뇌와 우뇌의 고른 발달을 위하여...

나는 오른손잡이에 왼발잡이였다. 초등학교 시절 오른발로 차면 그렇게 안 차지던 공이 왼발로 차면 뻥뻥 나갔다. 글자도 숟가락질도 오른손이었는데 글자는 정말 악필이었다. 고등학교 입학할 즈음에야 나는 원래 왼손잡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린 시절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는 남자애가 왼손으로 밥먹고 글씨쓰는 것을 터부시했기에 어려서부터 오른손을 쓰게 했다.


반전이 있는 것은 농구를 하면서였다. 고등학교 시절은 농구를 그렇게도 열심히 하던 시절이었는데, 남들이 어려워하는 왼손 드리블과 왼손 레이업이 나에게는 '껌'이었다. 반대로 오른손이 잼병이었다. 그 후 농구는 학창시절의 일부가 되었고, 양손을 다 쓰는 나는 한 손을 쓰는 또래친구들보다 쉽게 득점하고 쉽게 돌파하는 균형있는 선수가 되었다. 


나이를 먹으며 다시 왼손으로 이거저거 해볼까 시도했는데 어렵다. 글씨도 숟가락질도 ... ... 그래도 하나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사무실에서 왼손마우스 쓰기. 왼손을 쓰려고 하는 목적보다 뇌를 왼쪽 오른쪽 다 쓰자는 목적이다. 


대학 전공은 문과였다. 수학은 좋아했는데 물리가 너무 싫어 문과를 택했다. 대학교 1~2학년 내내 책을 읽고 정리하고 토론하고 리포트쓰는 게 일상이었다. "취업하려면 경영이나 경제를 공부해야 해." 라는 선배의 조언에 서둘러 3학년 때부터 경영학 복수전공을 신청하고, 회계 수업들을 들으며 졸업하게 되었다. 경영학 학사가 있어서였을까? 첫 직장은 은행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숫자들과의 싸움이 힘은 들었지만, 사회로 나가 밥벌이를 한다는 건 좋은 것이었다. 2년 정도... ... 


2년 조금 넘는 기간동은 돈을 모으고 은행을 퇴사했다. 무모했지만 용감했다. 문과형이자 우뇌형이었던 내가 골랐던 학문은 매우 아이러니컬하게 '금융공학'이었다. 영화 빅쇼트에 나오는 파생금융상품들을 설계하고 돈을 버는 것에 집중하는 학문이었기에 문과생이었지만 '어려운' 수학을 공부해야 했다. 연구실 옆자리 친구들은 수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 우뇌는 발레리나가 오른쪽으로 돌고 좌뇌는 왼쪽으로 돈다는 신기한 그림을 같이 봤는데, 나만 오른쪽으로 돌고 있었고, 모두 왼쪽으로 돌고 있었다. 그리고 한학기가 끝날 무렵, 수학책에 머리를 묻고 며칠 밤을 보내기도 할 무렵, 발레리나가 왼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발레리나가 왼쪽 오른쪽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뇌우뇌형 인간이 된 것이다. 



감성과 직관이 좋은 우뇌, 논리와 이성이 뛰어난 좌뇌. 회사에서는 업무에 따라 필요한 재능이 다르듯 뇌를 쓰는 영역도 다른 듯 하다. 회사내 팀들을 모두 개별적으로 만나며 '24년 사업계획과 예산'을 확정해야 한다. 목표는 높고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부족한 것이 회사의 일상이기에 매우 힘든 과정이다. 감정적인 Boss 들을 상대할 때는 같이 우뇌를 써서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이성적으로 숫자로 따지는 Boss에게는 또 숫자로 접근을 한다.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하며 최종안에 이른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미팅들은 거의 1주째 하루 종일 진행되고 있다. 점심도 사무실에서 샐러드를 먹었는데, 팀들을 오가다 보니 하루 만보 이상을 걷고 있다. 


오랜만에 발레리나가 생각나서 인터넷 창을 열어 맞이했다. 왼쪽으로 돌았다 오른쪽으로 돌았다 발레리나가 아주 신났다. 균형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래서 균형이 참 힘든 것 같다. 


(출처 : 인터넷)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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