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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테씨 Sep 09. 2021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말

이렇게 예쁜 말이었나

"고마워요, 미안해요."

누군가한테 듣게 되면 고맙고 감동적이지만 막상 내뱉기에는 쑥스러운 말들이다. 나는 유학생활을  감정을 표현하는데 그나마 익숙해진 편이지만 여전히 익숙치 않다. 그 말들이 예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요즘 새롭게 느끼고 있다. 태어난 지 채 3년도 되지 않은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그 표현들로 인해 진정한 뭉클함과 감동을 겪고 있다.


"고맙습니다, 고마워, 미안해, 죄송해요."

요즘 아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딱히 가르친 것은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습득된 듯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냥 고마워, 미안해가 아니라 너무나도 구체적인 이유를 붙여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말 덕분에 감동이 배가 된다.  


출처 : 픽사 베이


"아이~시원해. 엄마~깨끗하게 씻겨줘서 고맙습니다."

바로 전 날까지만 해도 머리를 안 감겠다고 고집부리던 아이의 입에서 갑자기 나온 말이다. 딱히 고맙다는 말을 기대한 적도 없다. 그런 말을 들으려고 한 행동도 아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감사 고백에 감동 받아 눈물이 날 뻔했다.


"음~맛있어. 엄마~망고주스 줘서 고맙습니다."

사탕, 젤리, 초콜릿, 아이스크림, 짜장면, 밥, 콜라 등등. 그 어떤 것을 먹였을 때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다. 난생 처음 망고 주스를 마시고 아이는 고맙다는 말을 했다. 갑자기 성숙해진 듯한 아이의 말에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단순히 망고주스가 아이의  입맛에 맞았던 것일까.


"아빠~내가 콜라 다 마셔서 미안해."

그이와 아이는 유독 콜라를 좋아한다. 그이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 콜라를 제재당했던 기억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로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는 그냥 맛이 달아서 좋아하는 것 같다. 둘이 각자의 컵에 콜라를 따라놓고 마신다. 아이가 자신의 것을 다 마시고 그이의 것까지 마셨다. 아이의 반응이 궁금했던 그이는 우는 흉내를 냈다. 평소 같았으면 무시했던 아이가 갑자기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내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의 행동을 파악하고, 뉘우치고 난 표현을 그 짧은 순간에 한 것이다. 어른들은 스스로의 잘못을 알면서도 인정하기도 힘들어하고 표현은 더더욱이나 못 한다. 아이만큼만 솔직하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죄송해요. 이제 안 던질게요. 함께 놀아요."

블록놀이를 하다가 흥이 오르면 아이의 손이 조금 험해진다. 눈 뿌리 듯 높이 던지기도 하고 공을 던지 듯 멀리 던지기도 한다. 자꾸 던지면 이제 같이 안 놀 거라고 한 마디 하니 금세 태도를 고친다. 죄송하다는 말은 어디서 배웠는지 정말 어렵게 "뎨둉해요"를 발음하며 함께 놀자고 한다.





언젠가 '화법'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좋은 화법의 예로 칭찬하기, 고마움을 말하기 등이 나와 있었다. 더불어 구체적일수록 더 좋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하기에는 쉽지 않은 언어 표현이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머릿 속 한편에 묻어두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 덕분에 묻어두었던 '예쁜 말'들이 하나씩 빛을 보고 있다.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한번 더 깨닫는다. 내가 아이를 통해 느끼는 이 감동을 다른 사람들한테도 전하고 싶다.


항상, 혹은 가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소중한 시간을 할애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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