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테씨 Sep 04. 2021

아이의 안전교육은 몇 살부터?

아저씨, 같이 가요

"엄마~같이 가요."

"아빠~같이 가요."

"할머니~같이 가요."

"할아버지~같이 가요."


아이가 같이 가자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 나와 손을 잡고 걷다가 차에 시동을 걸기 위해 그이가 먼저 앞으로 갔을 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라서 엄마 먼저 간다고 엄포를 놓았을 때, 함께 공원을 달릴 때, 밖에 나가기 위해 준비할 때에도 같이 가자는 말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말이었다. 그런데 같이 가자는 말 앞에 낱말 하나가 바뀌면서 너무나 무서운 말이 되었다.




평소 아들은 인사성도 밝고 붙임성도 좋은 편이다. 차도를 건너시는 할머니를 보면 조심하라고 말할 정도이다. 나도, 그이도 크게 낯가리는 성격이 아니어서 유전자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이의 성격 덕분에 동네에서 아이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요구르트 배달 아주머니, 경비 아저씨, 슈퍼마켓 아저씨, 심지어 정육점 주인아저씨도 아이의 이름을 알고 계신다. 그리고 그런 성격이 참 고맙고 귀여웠다. 동네방네 아이가 말을 너무 예쁘게 한다며, 인사도 잘한다며, 귀엽다며 소문이 나 있는데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그 붙임성 있는 성격도 갑자기 무서워졌다.




한가한 주말 가족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차에서 내려 아파트 건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아파트에 사시는 한 아저씨께서도 집에 돌아가시는 길이었는지 우연히 아이의 앞에 걷고 계셨다. 앞에 누가 있는지 신경 써야 할 상황이 아니었고 지극히 평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아이의 입에서 같이 가자는 말이 나왔다. 그것도 아빠, 엄마가 아닌 앞에 계시는 아저씨를 부르며.


"아저씨~ 같이 가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갑자기? 앞에 가시던 아저씨께서도 놀라셨는지 뒤를 돌아보셨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시고는 머쓱하게 웃으셨다. 아이에게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아직 태어난 지 만 3년도 안 된 아이에게는 조금 이르다고 생각했다. 나의 안일함을 비웃기라도 한 듯 상황은 갑작스레 벌어졌고, 그날부터 나는 아이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아저씨, 아줌마가 같이 가자고 하면 '안 돼요'라고 해야 해."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선생님만 같이 가는 거야."

"아저씨가 사탕 준다고 해도 가면 안 돼."


아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같이 말해주고 있다. 내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가 아저씨한테 같이 가자고 했다면? 그분이 정말 조금이라도 나쁜 마음을 먹었었다면?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는 무서운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출처 : 픽사 베이


아이의 안전은 보호자가 지켜줘야 한다. 안전에 대한 자각보다는 호기심이 앞서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알려줘야 한다.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아빠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있어야 한다고 말해줘야 한다. 평생 아이와 함께 있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지 않도록 알려줘야 한다. 낯선 사람에 대한 주의를 언제부터 줘야 할지 고민이라면 아이가 약 30개월의 나이가 되었을 때, 의사소통이 되기 시작하고 호기심에 충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를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창의적인 시선으로 행동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