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테씨 Sep 01. 2021

창의적인 시선으로 행동하는 법

아이처럼만

모범생, 착실한 학생, 참한 친구...

성인이 되기 전 나를 따라다녔던 수식어들이다. 그 때의 나는 당연히 그런 말들이 칭찬인 줄 알았고, 좋은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물론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내 기준에 그 시절은 재미없고 고리타분하다. 타고난 성격상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가르침을 받으면 그대로 해내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크게 변화하진 못 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기존에 비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과 생각을 원하면서부터 새롭게 집착하게 된 것은 창의성이다. 취직 준비를 할 때 기업에서 창의적인 인재를 원한다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집착은 시작되었다. 지금은 콘텐츠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라고 불리는 창의성에 대해 매일 고민하고 있다.


무엇이 창의적인 생각일까

의심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대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창의적인 시선


"엄마~소방차를 만들었어요"


혼자 생각과 고민을 하던 중 아이가 소방차를 만들었다며 나를 불렀다. 그리고 위의 사진 속 기묘한 모형의 블록 더미를 소방차라며 보여줬다. 솔직히 이 블록더미가 어째서 소방차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태어난 지 3년이 안 된 아이의 말이기에 크게 의문을 두지 않고 평소와 같이 반응했다.


"와~그러네! 소방차네! 엄청 잘 만들었네!"

나의 대답을 듣고 난 아이는 소방차의 구조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고 나의 시선은 설명을 따라 흘렀다.

"응! 여기는 바퀴고, 여기는 사다리야. 높이 높이!"

아이의 손짓과 설명을 따라 블록더미를 보았다. 바닥에 앉아있던 내 몸은 일으켜졌고 시선은 위에서 바닥 쪽을 향했다. 아이의 말대로 정말 아까 그 블록 더미는 바퀴가 3개나 있고 사다리가 높이 쏟은 소방차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블록을 쌓을 때는 당연히 위에서 아래를 향해 블록을 바라보게 된다. 블록을 아래에서 위로 쌓아야 한다는 생각과 바퀴는 둥근 모양이니까 그 위에 무엇을 쌓아서 자동차 모양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지배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보이는 대로 자연스럽게 위에서 아래를 보고 모양을 만들면 되는 것을 굳이 불편하게 몸을 숙여서 옆쪽에서 바라보려고 했던 것이다.


창의적인 시선이란 평소에 보던 방향과 다른 방향에서 보는 것이라는 글은 본 적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통해 배웠다. 다른 기준이나 가치관 같은 복잡한 것을 떠나서 정말 말 그대로 '다.른.방.향'에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평소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창의적인 행동


"엄마~집을 만들었어요"

아직 나이에 비해 조립하기 어려운 블록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그 동안 나무블록을 쌓듯 쌓기만 하던 아이였는데 무언가를 만들었덴다.


그저 나무블록처럼 쌓고 놀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집을 만들었다고? 내 손을 잡아끄는 아이를 따라 방에 도착했다. 방 한쪽에는 내가 난생 처음 보는 방법으로 플라스틱 블록들이 조립되어 있었다.


위 사진에서 대각선으로 꽂힌 듯 올려져 있는 초록색 블록이 아이의 작품이다. 비록 블록은 틈새에 맞춰서 끼우도록 만들어져 있지만 꼭 그래야한다는 법은 없다.  그냥 걸치듯이 올려놓기만 해도 틀린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정확하게 끼우지 않아도 그 어느 누구도 욕을 할 수 없고 벌금이 부과되는 것도 아닌데 나는 내 스스로 그 틈새에 나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묶어놓았던 것이다.

예상치 못하게 아이를 통해 얻을 깨달음을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었다. 그 순간 아이는 삐딱하게 대충 걸쳐진 초록색 블록 위에 파란색 블록을 또 끼웠다. 대충 올려놓은 것 같은 허술한 블록 위에 또 무언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창의적인 행동이란 평범한 것이 아니라 정말 독특하고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통해 배웠다. 주변에서 하는 행동이나 배운대로 마냥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하고싶은 대로 해보는 것. 누군가의 시선에는 그냥 대충의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고 엉뚱하게 보일 수 있지만 거기서부터 새로운 행동이 시작 된 다는  사실. 되면 좋고 아니면 다시 다른 방향으로 해보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


아이의 시선과 행동으로부터 정말 참신한 창의성을 배웠다. 창의적이고 색다른 것의 가장 기본 법칙은 단순함'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의 세 번째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 태어난 지 3년이 되는 것인데 한국식 나이로 계산하면 벌써 5살이다. 그리고 요즘 아이의 머릿속에 빨간색은 소방차, 파란색은 경찰차, 하얀색은 구급차가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사실이긴 하지만 무지개색 소방차도, 노란색 경찰차도! 파란색 구급차도 상상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살짝 욕심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안 미안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