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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테씨 Jul 27. 2021

엄마는 안 미안해

당당한 엄마가 될게

'끊어져버린 이성의 끈'

5월 말 즈음에 브런치에 발행한 글의 제목이다. 육아를 하며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 사건에 대한 내용이다. 처음에 글을 적을 때에는 발행할 마음은 없었다. 마음속에 흩어져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호소한 것일 뿐이었다. 일기장에 썼었을 글을 뱉어내듯 적었고 저장만 해 놓았었다.


'발행'버튼을 누르기까지 엄청난 고민과 망설임을 거쳤다. 지금까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등 나를 드러내는 장소에 좋지 않은 일을 드러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행복하고 밝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힘든 일들을 드러내면서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발행 버튼을 눌러서 나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용기 내서 드러낸다고 해도 그 이후의 반응도 두려웠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다니 자격 없는 엄마로 각인될 것만 같았다.


나의 치부가 담긴 글을 발행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발행 버튼을 누르고 나니 한층 더 겁이 났다. 브런치 내에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검색했다. 네이버에서도 검색해보았다. 내가 자격 없는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해 줄 증거가 필요했다. 육아하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공감이 필요했다. 정말 많은 에세이, 육아 일기, 전문가의 글들을 읽었다. 검색해서 나온 결과 중에는 아주 가끔이지만 '우울증', '분노조절장애'라는 낱말들이 담긴 글도 있었다. 부정적인 말이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다. 전문 기관을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알람이 울렸다. 누군가가 그 글을 라이킷 했다는 알람이었다. 알람이 연달아 울리기 시작했다. 해당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된 것이다. 조회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브런치의 메인에도 노출되었다. 댓글은 없지만 라이킷 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댓글을 달지 않지만 라이킷을 하는 마음을 안다. 크게 드러내고 싶지는 않지만 공감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안다. 나만 육아를 하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라고, 그러고 나서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또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아이에게 세상이 처음이듯, 엄마도 아빠도 부모가 처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난생처음으로 겪는 감정도 있기에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는 것이다.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실수는 실수일 뿐 실패가 아니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한 번의 실수로 스스로를 부정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엄마라는 존재는(물론 아빠도) 그 부정적인 감정의 구렁텅이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다시 웃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강한 부모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책하지 말자. 미안했던 만큼 앞으로 더 웃자. 그 순간의 감정을 인정하고 같은 상황이 생길 경우 여유 있어질 수 있는 스스로를 더 사랑하자. 경험으로 인해 배울 줄 아는 스스로에게 당당하자.


당당한 엄마가 되자.

당당한 부모가 되자.


엄마는 안 미안해. 그 대신 사랑해.    

정말 정말 많이 사랑해.






▶5월에 발행했던 글 : https://brunch.co.kr/@gypsysoul/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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