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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테씨 Jul 12. 2021

덕후가 되고 싶다.

감출 수 없는 행복감

덕후 :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현재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오픈사전)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무엇을 할 때 가슴이 설레나요?


대한민국 초중고대학교를 무난하게 졸업했다.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았고 해야 한다는 것은 했다. 특별하게 싫어하는 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특별하게 좋아하는 것도 없었다. 음악이든 언어든 운동이든 새로운 것들을 배울 때면 새롭다는 자체에 설레었고 즐거웠다.


10대 시절에는 H.O.T를 좋아했다. 나와 10살 차이가 나는 가수를 오빠라 부르며 사진을 모으고 앨범을 모았다. 많이 좋아하긴 했지만 팬클럽에 가입할 만큼도 아니었고 콘서트에 찾아갈 만큼도 아니었다. 노래를 따라 부르기는 했지만 안무를 따라 추기 위해 뮤직비디오나 무대 영상을 반복해서 챙겨볼 만큼은 아니었다. 피아노를 배웠고 바이올린을 배웠다. 영어를 배웠고 스페인어를 배웠다. 미술학원도 다녔고 논술학원도 다녔다. 반에서 나름 우등생일만큼의 실력이긴 했지만 칭찬받는 것이 좋아서 열심히 했던 결과였다. 피아노를 칠 때는 스트레스 해소가 되어서 좋아했지만 피아니스트가 될 만큼의 실력은 아니었다.


20대가 되어서는 성인이 되어서야 할 수 있는 전형적인 것들을 처음 접했고 즐겼다. 취업시장에 맞춰 학점과 스펙을 쌓고 취직을 했다. 사회인이 되었다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 같다. 돈을 벌고 여유가 생기고 직장인으로서 인정받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엄마, 나는 빨간 소방차가 제일 좋아요."


우리 집 아들은 소방차를 정말 좋아한다. 아주 어릴 때는 아파트 단지 내에 종종 등장하는 사다리차를 좋아했다.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움직임이 신기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다리가 달린 소방차를 진심으로 좋아하기 시작했다. 보통 남자아이들이 자동차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우리 집 아들의 소방차 사랑은 신기하리만큼 엄청나다.  

어린이날 선물로 소방차를 받고서 한참을 바라봤다.

 빨간색은 '소방차 색깔'이고 빨간색 옷은 '소방관 옷'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도 핑크퐁도 소방차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몇 번이고 며칠이고 반복해서 본다. 동요도 소방차가 나오는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 원하는 소방차 동요를 틀어달라고 할 때가 많아서 아이를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따로 저장해놓기까지 했다. 심지어 옷도 소방차가 그려진 옷을 입을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보는 사람마저 흐뭇하게 만드는 표정을 짓는다.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소방차 컬렉션

방차 덕후이자 소방차 마니아인 아들 덕분에 온 집안에 소방차가 가득하다. 내가 보기엔 크기와 기능이 조금씩 다를 뿐인데 아이에게는 하나하나 다 특별하다. 할아버지 소방차, 할머니 소방차, 아빠 소방차, 엄마 소방차, 아가 소방차, 예쁜  소방차, 소방 헬리콥터, 소방 사다리차 등등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어린이집에 갈 때도 꼭 소방차는 함께여야 하며 심지어 잠잘 때에도 머리맡에서 함께 자야 한다. 소방차의 어떤 부분이 아이에게 그렇게 매력적인 걸까? 언제까지 소방차를 좋아할까? 아이의 언어능력이 향상되어 완전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다.  




'셀프 브랜딩'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혹은 잘하는 것을 살려 자신을 브랜드화하고 알리는 것이 앞으로의 트렌드일 것이라고 한다. 나 역시도 현재의 직장을 좋아하지만 평생 다닐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트렌드에 맞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생각만 해도 미소 지어지는 소방차 같은 존재는 무엇일까? 대학교 졸업할 즈음에 했던 취향과 적성 고민을 약 10년이 지난 요즘 다시 하기 시작했지만 가족 이외에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가족이 소중한 것을 사랑의 감정이다. 가족 다음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 가정의 엄마, 아내, 딸이 아닌 나를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분야에 '덕후'가 되고 싶은 것일까? 고민을 하는 내 앞에 소방차들을 가지고 놀면서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은 내가 나의 '소방차'를 찾고 싶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된다.


무언가를 정말 많이 좋아하는 아이의 마음이 지켜질 수 있기를,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소방차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여쭤봅니다.

독자님들은 무엇을 할 때 행복하신가요.

독자님들을 가슴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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