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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쌤 Sep 16. 2024

첫 철인3종 도전기 [4]

2024.08.28 D-4

아직 준비가 한참 더 필요한 것 같은데, 어느새 대회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기록 욕심에 부담감은 점점 커져서 우선 3시간 30분 이내에 완주만 하자라며 목표를 재설정했다. 사실 철인3종 대회 출전을 결심한 약 1개월 반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있는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시작할 당시 수영은 (평영으로) 1500m에 39분 (100m 당 2'36" 페이스), 자전거는 40km 기준 26km/hr 페이스였다. 수영은 자유형이 익숙해지면서 약 36.5분 (100m 당 2'26" 페이스)으로 조금 늘었지만 자전거는 컨디션이 좋을 때 겨우 27km/hr 페이스가 나오는 정도다. 달리기도 10km 기준 약 1시간에서 57분 정도로 소폭 향상된 정도다. 운동량이 많았기에 너무 기대감이 컸던걸까. 


8월 중순부터는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운동을 했다


그러던 와중에 가벼운 낙차 사고도 있었다. 친구한테 받은 낡은 로드바이크로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브레이크가 잘 안 잡히는 게 불안불안하긴 했다. 그러던 중 급커브에서 좌회전하던 중에 제동이 잘 안 되고 밀려나면서 연석에 부딪혀 넘어졌다. 안 그래도 약 160만원을 주고 자전거를 구매해서 다음날 수령하러 가려 했는데 마침 그 전날 라이딩에서 부상을 당하다니.. 재수도 없긴 하지만 그만큼 장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전에는 '장인은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굳게 믿고 후진 장비로 좋은 기록을 내야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안전과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좋은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대충 신던 7만원짜리 운동화를 버리고 성능 좋은 쿠션화를 사고, 맨날 습기가 차고 물이 안으로 새어 들어오던 싸구려 물안경을 버리고 4만원짜리 오픈워터용 수경을 샀다. 


낙차사고, 장비에 절대 돈을 아끼지 말자. 특히 자전거의 제동력은 너무 중요하다


그리고 같이 훈련하던 친구의 무릎 부상이 호전되면서 대회를 4일 남기고 모의 경기를 해보러 한강으로 갔다. 이전엔 몰랐는데 놀랍게도 특별히 허가 받을 것 없이 누구나 한강 수영을 할 수 있었다. 물론 혹시나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 부이 (안전 부표)는 필수이다. 아침 7시에 친구와 잠실한강공원에서 만나 한강에서 약 1.5km 수영을 하고, 여의도 근처까지 왕복 40km의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서 한강변을 따라 10km 러닝을 할 계획을 세웠다. 결과는 약 3시간 28분으로 모두 완주. 공식은 아니지만 비공식 철인3종 완주라며 친구와 자축했다. 



처음으로 웻수트를 입고 오픈워터 수영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부력이 좋고 앞으로 잘 나가는 느낌이 들어 수영에 자신감이 붙었다. 다만 대회가 아니다보니 거리를 가늠하기 힘들고, 우리가 직선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이 잘 안 되서 거의 2km 가량 수영을 한 것 같다. 수영을 하고 나서 자전거를 하는 데 그다지 힘든 느낌이 들지 않아 힘껏 밟았더니 약 30km 지점부터 퍼지기 시작해서 친구와 거리에 격차가 생겼다. 자전거 40km 이후의 달리기 10km가 가장 힘든 부분이었는데, 그때는 다리가 내 말을 듣지 않아서 다리의 감각을 잊고 그냥 팔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면서 터벅터벅 달렸다. 


엄청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회에서 DNF (Did Not Finish)를 받고 완주에 실패하진 않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며칠 안 남았으니 새로 산 자전거에 적응하는 정도로만 라이딩을 하면서 푹 쉬고 잘 먹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요한 건 당신이 '어떻게 시작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끝내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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